나는 천안과 군산에 갔었다.

벌써 몇 주 된 일이 됐다. 목요일에 예비군이 잡혔길래, 금요일에 월차를 써서 긴 주말동안 천안과 군산에 머물렀다. 낯선 사람 두 명을 만나 친해진 것, 간만에 사진을 꽤 찍은 것은 소득. 시외버스와 모텔 신세로 등 근육이 제대로 화가 난 것은 손실. 그러나 소득을 준 부분과 손실을 준 부분을 칼로 자르듯 자를 수는 없다. 그냥 천안과 군산 여행이었다.

천안은 저녁에 출발해도 되는 거리이기 때문에 세종시와 고민하다 택하게 됐다. 천안까지 1호선으로 이동. 천안에서 트위터 친분 하나를 현실 전환했다. 주택을 개조해 커피와 술을 팔고 평일인데 디제이도 하는 곳에서 한 잔 했다. 성정동에서 묵고, 문성동과 신안동을 걸어다녔다. 다음날 군산으로 이동하면서 허니버터 캐슈넛과 대만산 바나나우유 한 잔을 했다. 천안은 가 본 적이 있었지만 군산은 처음이었다.

날씨가 막 풀린 직후였기 때문에, 걷기 애매하다 싶으면 걸었다. 군산에서 잔 모텔은 벽에 칸예 가사가 적혀 있었다. 굳이 택시를 타고 채만식 기념관까지 간 뒤, 거기서 금강 하류를 따라 도심으로 걸어 내려왔다. 웃긴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웃긴 부분에는 큰 소리로 웃고, 노래는 따라 부르면서 털털 걸었다. 서울에서는 강가를 걷는 걸 많이 안 했던 것 같다. 다른 도시에 살 때엔 일주일에 많으면 두세 번씩 강가 걷기 타임이 있었다. 그러기 편한 도시에 살았던 것도 있기는 하지만, 서울에서도 다른 리듬으로 생활했더라면 얼마든지 한강 둔치를 걸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냥 서울에서 보내는 시간은 그렇게 써선 안 될 것처럼 되어 있을 뿐이다.

군산 시내는 큰 삼각형을 이루고 있어서 그걸 따라 몇 바퀴 변주를 주며 도는 식으로 구경했다. 관광객들이 가는 곳이 정확히 몇 군데로 딱 정해져 있어서 전반적으로 몹시 한산했다. 낮에는 스테끼동을 잘 하는 집에서 점심을 먹고, 늦은 밤에는 우유를 손에 들고 단팥빵을 문 채 새만금 벽화가 그려진 거리를 걸었다. 그리고 우연한 계기로 9년 전 나를 떠올리게 만드는 사람을 만나 알게 되었다. 돈을 모으면서 다음에 노트북을 살지 사진기를 살지 갈등하던 그 느낌을 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 다음에 뭐가 오는지에 대한 답까지는 아직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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