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싹한 연애>를 보고 친구를 응급실에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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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와 세주가 에어비엔비를 하나 잡았다고 했다. 서울, 뉴욕, 파주에 떨어져 있는 우리들이 하룻밤이라도 모여서 허접한 영화를 보면서 놀면 재밌지 않겠냐는 제안이었다. 당연히 너무 좋다고 했다. 당산동에 있는 숙소는 공짜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채택된 곳이었는데 상업용 건물을 개조해 겨우 집으로 만든 것이라 냉기가 심했다. 우리는 <오싹한 연애>를 틀어놓고 감독과 이민기를 놀리며 놀았다. 그러다 오스카가 급성 위경련으로 추정되는 증상을 보여 구급차를 불러 영등포병원에 싣고 갔다. 구급요원들은 다음부터는 이런 걸로 부르지 말라고 했다. 세주와 나는 오스카를 병실에 눕혀 약을 먹이고 링거를 맞게 두고 잠깐 새벽의 영등포를 걸으면서, 이런 환경이 갖춰진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되어 인생의 의미에 대한 서로의 가설을 비교했다.

다음 날 출근하는 나는 세주의 배려로 숙소에 비교적 일찍 돌아와 눈을 붙였는데, 추위 때문에 파카를 덮고 자는 둥 마는 둥 했더니 며칠 뒤 몸살 감기에 제대로 잡혔다. 병가를 내고 집에서 약기운에 <아가씨>를 보며 쉬었다. 미국에서 몸살이 나면 이부프로펜만 먹고 열이 내릴 때까지 관리만 하는 것을 상식으로 알고 살았던 것에 익숙해져서, 굳이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고 약을 먹는 것이 낯설게 느껴졌다. 어쨌든 나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