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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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국대사가 광화문로에서 개량한복 차림의 아재에게 칼빵을 맞은 사건을 목도하며 이것을 어떻게든 사적인 징조로 풀어보려고 하는 욕구를 누를 길이 없었다. 개량한복 입은 동명의 풀피리 전문가께 국악을 배웠던 기억을 떠올리니 더욱 그랬다.

얼마 전 제 1직장에 그만둘 의사를 밝혔다. 취업비자 신청을 포함해 장기간 근속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오니 지금까지 이유로 느껴지지 않았던 것들이 확 일어나 답을 내어주었다. 이제 제 2직장이 올해 말까지 얼마나 성장해줄 수 있을지, 그리고 한국과 미국을 (비자면제가 탈 없이 지속된다면) 오가며 불안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내가 어떤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에 달렸다. 위험한 결정을 했다. 위험한 결정을 할 수 있는 여건이라는 점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다만 지금까지는 한 쪽 스트레스를 다른 쪽에 푸는 방식으로 일하는 나 두 명을 운용했는데, 한 쪽에 집중하게 되면 이제 꼼짝없이 불안정한 마음을 다스리면서 해야 된다는 점이 좀 어려울지 모른다.

삼월이지만 아직 봄 준비가 안 됐으므로, 눈폭풍 때문에 집에 가기 곤란한 지금 상태가 원망스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