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달을 채웠다.

한국에 머무는 기간을 한 주 늘려 한 달을 채웠다. 가족 일이 계기였지만, 다른 면에서도 무척 잘 한 결정이었다. 삼 주간 거의 매일 점심, 저녁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다닌데다 지방 촬영까지 다녀와 무척 지쳐있었다. 나는 지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지칠 일을 하고도 내 자신이 지쳐있는 모습을 못마땅해한다. 그래서 휴식을 취하려면 아프거나, 쉬지 않으면 안 되는 다른 상황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다. 현명한 나.

지난 일 년은 특히 몸과 정신을 혹사시켰다. 학교를 다니면서 직장에도 다니고, 앱 개발도 하고, 사진 일도 하고 글도 썼기 때문에 나를 그 어느때보다도 넓고 얇게 저며 펴놓아야 했다. 놀기도 다 놀았다. 집에 돌아가면 조금 쉬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랬다. 당연히 집에 가도 쉬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한국에서 뭘 더 많이 했다. 그 끝에 정말 쉴 수 있는 한 주가 생긴 것은 기적같은 일이었다. 「네가 그냥 멈추고 쉬었으면 될 것 아니냐」는 지적은 안 들린다. 어차피 끝이 좋았기 때문에. 행복하려면 바빠야 한다.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 엄마와 <프로즌>도 보고, 카레도 먹고 보리밥도 먹었다. 아빠가 좋아하는 I Musici 신년공연도 갔다. 순대를 먹으면서 동생 논술을 붙잡고 씨름했다. 집에서 고기도 구워 먹고, 게장도 주문해 먹었다. 엄마와 밤낮으로 얘기를 나눴다. 차를 타고 갈 때고 얘기하고, 엄마가 그 옛날 교통사고를 당했던 그 언덕 눈길에 차가 서 버렸을 때, 가까스로 차를 밀어올린 뒤 백 미터 앞에서 다시 만나 호흡을 가다듬으면서도 얘기하고, 어려서부터 주말에 가던 광화문 교보문고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도 하염없이 얘기했다. 서로 있는 얘기, 없는 얘기를 다 했다.

  1. ROSE

    밤낮으로 하염없이. 좋다 이 부분이.

    우리 한번 더 보자고 못하고 돌아갔구나.

    벌써 그립구나

    IMISSYOu

  2. 김괜저

    ㅜㅜ 보고싶음

  3. 눈팅만하다

    우연히 들린 뒤로 간간히 들러서 조용히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사진과 글만 잘쓰시는 줄 알았더니 앱개발까지…무슨 앱 개발을 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

  4. 김괜저

    준비가 좀 더 되면 정식으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5.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

  6.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