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붕어빵을 고른다.

영문 이력서를 새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수업이 빈 사이에 학교 컴퓨터로 초안을 쓰고 있는 도중 이력서를 보낼 일이 생겼다. 만년핀 잉크가 떨어져서 한 병 샀는데, 뚜껑이 도저히 열리지 않았다. 수업 쉬는 시간에 누가 이 뚜껑을 열 수 있을꼬 했더니 너도나도 도전했다. 쉽게 열 것 같은 완력 좋아 보이는 친구들이 줄줄이 탈락했다. 결국 모두 실패하고 나서 헐거워진 뚜껑을 내가 돌려 열었다. 성검(聖劍)을 뽑은 과정이 이랬을 것 같다.

뒤늦게 LinkedInInstagram의 유혹이 거세지고 있다. 양극단의 이유로 둘 다 싫지만 일은 전부 링틴에 있고 친구들은 전부 인스타그램에 있다. 일 갖고 잴 때가 아니므로 링틴은 이미 가입했지만 전화기 화면에 인스타그램이 떠다닌다는 것은 치욕적이다. 읽은 책만 찍어 올리거나, 만나는 친구들을 얼굴만 클로즈업해서 올리거나 그런 기록보관 용도를 덧입힌다면 조금 나을지도 모르겠다. 이와 별개로 온라인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있다. 넣을 수 있는 건 많고 넣을 만 한 건 없어 한숨이 나오는 상황. 붕어빵 만드는 아저씨한테 지금까지 만든 붕어빵 중에 예쁜 것 좀 골라서 올려주세요 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도 학위가 없다는 게 위로가 된다. 제빵학교를 나와 붕어빵 만드는 상황이었다면 힘에 부쳤을 것이므로.

  1. chloed

    저도 여태 linkedin 이메일 오는 족족 삭제하고 있었는데 왠지 해야만 할 것 같아 정비(?)하려고요…

  2.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

  3.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