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레밀리터리블이 거시기하다.

커피집에서 저녁 약속을 기다리면서 눈폭풍을 주제로 과제글을 쓰고 있는데 텔레비전에 공군 군악대 Les Militaribles가 나왔다. CNN이었나? 나도 처음 봤을 때 실실거리긴 했는데, 한편으로는 군에서 직접 홍보용으로 이걸 만들고 앉았다는 점이 몹시 신경쓰인다. 병사들은 힘들지만 이렇게 재밌게 패러디도 하면서 즐겁게 살아갑니다, 그런 건가? 열화된 나니아 같은 곳? 정훈장교 인터뷰 내용을 보면 활주로 제설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전역 장병 향수를 자극한다는 등의 뒤섞인 얘기를 하고 있던데 나중에 갖다붙인 해석은 후지지만, 개그로 이미지 제고라는 전략은 아주 성공적이다.

재작년에 공군 부대마다 <병영 부조리 연극제>라는 걸 했을 때 개최의도는 가혹행위 근절이었지만 각 대대가 준비한 연극의 핵심 재미는 기상천외한 가혹행위 시전에서 나왔다. 배우도 웃고 관객도 웃고 주임원사들도 웃었다. 와하하 부조리. 그 때 우리는 은근히 주임원사도 까는 연극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 보니 전부 와하하 귀여운 병사들, 명랑하게 사는구만, 이거였겠구나.

나도 군대 얘기하면서 <푸른 거탑> 류의 감수성을 많이 충전해 쓴다. 유쾌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군대를 갔다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채택하게 되는 손쉬운 감수성이기 때문이다. 감옥에 갔다왔어도 비슷한 감수성을 가동했을 것이다. 초코파이 선전처럼 병사들을 재밌고 귀여운 놈들로 보는 시선은 남녀노소 다 갖고 있는 것 같다. <막되먹은 영애씨>는 주인공에 감정이입하는 작품이지만 <푸른 거탑>은 (전역한 지 반 년도 안 된 예비역이 보기에도) 동물원 가는 마음으로 보는 작품이다. 레밀리테라블도 마찬가지다. 「국방의 의무 축하해~」와 별로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군대 안에서는 나 잘난 맛에 사는 나도, 서너 살 더 먹은 내 동기형도, 유학생 선임들도 서연고 후임들도 모두 적응을 목표로 약간 판내림된 의식만을 가동했다. 이건 이럴 수도 있는 거고, 저건 저럴 수도 있는 거고, 뭐 어쩌겠나, 그런 태도는 군생활에 도움이 많이 된다. 따지면 진다. 근데 들어간 적 없으면, 또는 끝마치고 나왔으면, 다시 정상 기준을 회복해야 마땅하다. 프로파간다로서의 유머, 찾아봐도 책이 없네. 빅토르 위고는 여기까지 질질 끌려오고야 말았다.

「응 난 괜저라고 해 한국에서 공군 군복무하다가 왔어.」 「오마갓 레밀리테라블! Jesul~ Jesul~ 그 영상 너무 좋아ㅎㅎ 너도 Jesul 많이 했어?」

  1. 라마르틴

    오른쪽 여자 송혜교 닮았는데. 남자도 좀 잘 생겼네

  2. ㅁㄴㅇㄹ

    이글 보면 송혜교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할지도 모름…

  3. 'ㅅ'

    본인이죠? 압니다.

  4.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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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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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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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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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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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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