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좋은 준비된 여성대통령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당선인께서는 아마 잘 하실 것 같다. 이명박 정권에서 어긋났던 것들 중 여러가지 문제가 해결되는 듯한 인상을 줄 것이다. 대인배가 되어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인정하려고 노력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대통령이 잘 못해서 내가 똑똑한 사람 되는 것을 나는 바라지 않는다. 나는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 것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하지 않는다. 국민의 51.6%가 박근혜를 선택했다는 현실을 (특히 소득수준별, 업종별 통계) 똑똑히 보았는데, 내가 생각했던 현실과 조금 달라서 잠깐 힘이 빠질 뿐이다. 내가 문제삼는 것은 그 현실이지 박근혜가 아니다. 민주주의 선거지만 민주주의를 최상위가치로 두고 선택해야 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박근혜가 대통령인 나라는 나와 우리 가족 살림에는 좋은 소식이지만 살림이 아닌 다른 것들을 걱정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우리가 배불러서 부리는 사치일 수 있다.

당해야 배운다고, 나는 현실을 어떻게 잘 짜맞춰보면 용납할 만 한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문재인을 지지했던 순진함을 거두기로 한다. 나와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현실을 짜맞추는 것으로는 만들 수 없다는 것이 지금처럼 뾰족하게 분명해질 때 그 폐허를 응시해야만 한다. 어차피 내가 부리는 것이 사치라면 진정한 변화를 타협없이 요구하는 세력에게 부려야겠다. 김소연 김순자 후보에게 못 준 표가 부끄럽지만 이 부끄러움은 나에게 좋은 일들을 할 것 같다.

그러나 이정희를 보고도 「저 사람은 왜 저러지?」 했던 사람들 중 누군가는 전국 최고 투표율(80.4%) 광주에서 91.97%가 문재인에게 표를 준 것을 보고도 「저기는 왜 저러지?」라고 할지 모른다는 것은 조금 슬프다. 그 사람들은 왜 그랬을까. 살아 있었으면 좋겠는 사람이 한 손에 다 꼽을 수 없는 날이다. 조금 낯간지럽지만, 명동에 가는 김에 성당에 들러야겠다.

─ 심수봉 : 미워요
  1. 피스

    광주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파요… ㅠㅠ

  2. 미워요

    성인의 75.8%가 투표를 했는데 51.6%가 저라면 절대 하지 않을 선택을 했다는 사실이 새삼 아득하네요. 좀 과장하자면 길가다 마주치는 어른 중 절반 가량이 제가 이해할 수 없는 세계관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건데…다른 거지 틀린 게 아니라는 흔한 말을 이렇게 소화하기 힘들 줄 몰랐네요.
    아무래도 저도 문후보를 뽑느라 김순자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하지 못한 부끄러움으로 이 혼돈을 이겨내야 할 것 같아요…아…

  3. 김괜저

    아래 분 덧글의 내용이 맞지요
    혼돈을 잘 이겨내시길 …

  4. Limccy

    윗분을 탓하는건 아닌데.
    성인의 75.8퍼센트 중에 48프로가 저라면 절대 하지 않을 선택을 했다는 사실에 저도 살짝 아득하긴 합니다..;;

  5. 김괜저

    네ㅎㅎ

  6. 미워요

    제 주변의 51.6%에 속하는 사람들과
    조금 더 애써서 소통해야 할 필요성이 느껴지는 답글이네요.
    적어도 서로의 아득함 만큼은 공감 백프로일듯 합니다.ㅎㅎ

    동종교배는 열성인 유전자를 만든다고 하던데,
    (어쩌면) 서로 다른 종류의 사람들이 과반과 약 절반을 차지하는 나라라는 게 입증된 만큼
    지금보다 더 나은 나라가 될 수 있는 토양이 갖추어졌다고 믿어보렵니다.

  7. Limccy

    저를 화형만 안시키면 됩니다. 전 발끈하지도 않아요.

  8. 어차피

    대리인이 된 사람한테 많은 권력이 주어지는 현 시스템에서 소수의견을 가진 쪽은 항상 뒤로 밀려나 있지 않을까요. 여러가지 방법으로 알게 모르게 세뇌 당하면서… 조금씩 바꿔간다는 마음이라면 문재인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안될 걸 예상하면서도 소신이라며 찢어져 봐야 평생 바뀌지 않는 현실만 맞게 될 것 같은데….

    그나저나 이번 선거는 저 역시 아쉬움이 큽니다. 아무리 민주당이 싫다고(물론 그게 이유였다고 함부로 속단할 순 없지만) 새누리당이 더 나을 거란 생각은 해보질 못했거든요. 컨테이너 장벽을 비롯해 온갖 다이나믹한 일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하긴 또 케케묵은 종북좌빨 이념논쟁이 젊은 층에 꾀나 어필한 것 같기는 합니다만.

    박근혜 정부가 잘 하겠죠. 좀 미적지근한 스타일로 잘(?) 할 수도 있을 것도 같아요 (적어도 이명박정부 보다는 나을 거라는 기대감이랄까).
    지금 기분으로는 박근혜가 실정을 많이 해서 다시금 소위 진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컴백할 빌미를 줬으면 좋겠다는 유치한 생각 + 혹시라도 박근혜정부가 너무(?) 정치를 잘해서 욕지거리를 해야되는데 그러지 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스믈스믈 올라오기도 하는데, 음, 정말 병신같은 생각이죠. 음, 그래도 그냥 이 한 몸 희생해서 혼자 병신되는 그런 상황이 정말 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켜봐야죠.

  9. 김괜저

    하나여야 마땅한데 분열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지향점이 다르니까요.
    그리고 전 박근혜가 충분히 잘 해야한다는 생각입니다.

  10. 라시드리다

    하…. 이제 입으로 말한 공약들 다 지키나 안 지키나 지켜볼 수밖에 없네요

  11. B급

    아.. 화합을 말하면서 비꼬고 싶지는 않지만 불량식품.. 공약 중에 제일 웃겼는데 무서운게 될까봐 걱정이네요. 중소 식품제조 가공업체를 죽이는데 쓰일 것 같아서.

  12. 원설

    사치란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13. B급

    그래도 우리는 분열이 아닌 화합으로 가도록 해야겠지요. 세대별 득표수를 보면 희망마저도 봅니다. 저도 그녀가 잘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14. 덥수룩수염

    마지막 문단이 정말 슬프네요. 어떻게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