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 어서 와 — 대선은 처음이다.

제대하면서 대선까지 「활발하게 참여」하고 싶다고 한 게 무색하게도,
당췌 하고 싶은 걸 찾을 수가 없는 나날들이었다. 어쨌든 마무리는 해야겠기에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88년생인 쇤네는 2007년 처음 선거권을 갖고도 외국에서 투표할 길이 없었으니 참여하지 못했다. 다만 지금 설명하기에는 좀 그렇고 그런 느낌적 느낌으로 문국현을 지지했었다. 어쨌든 선거는 내가 중간고사 보는 도중에 끝났고, 사실 이명박 당선은 그 당시에 종합부동산세 관련한 고민이 있던 우리 집에는 나쁜 소식은 아니었다. 그 때 투표를 하지는 못했지만, 했더라면 여러 모로 내가 정확히 뭔지 모르는 상태에서 순진한 선택을 했을 것이다.

지금도 나란 사람의 영양학적 가치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래도 원재료는 충분히 검토했다고 생각한다. 투표를 하기 위해서 먼저 내가 누군지 알아야겠다는 전제는 내가 봐도 참 아이같지만 이런 생각이 뇌에 해가 될 것 같지는 않아서 돌아가게 두고 있다. 뇌에도 화면 보호기가 필요한지 모르니까.

지난 번 담쟁이펀드 가입을 말하면서 드러낸 바 있지만, 나는 군대에서 문재인을 지지하기로 마음먹었다. 정훈교육이 참 무서운 것이, 수구단체 외주제작으로 만든 교육자료로부터 인식을 보호하는 과정이 격렬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보수정권을 주적으로 처리하고 있었고 정권교체가 그 자체로 의미있는 발전이라는 생각에 머물게 된 것이다. 아마 현병철 인권위원장이 부대에서 강연했던 것이 그 정점이었던 것 같다. 손학규와 문재인 중에 한 명 정도면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고 전역했다.

내가 주변의 많은 친구들처럼 안철수를 지지하지 않았던 것은 어찌 보면 내게 너무 가까운 유형의 사람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는데, 이념에의 피로에 호소하는 감수성을 사용하는 안철수에게 마음이 저항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정권만 바꾸자는 마음이었으므로 안철수로 단일화되었다면 무조건 지지했을 것이었다. 그것이 결정된 상황에서 노동이 실종된 채 짜여가는 판은 고백하건대 내게는 정치 퇴행의 안타까움보다는 「미안함 없이 야권 단일화 후보를 찍을 수 있겠다」는 사악한 식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단일화 후 흐름상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이 무엇을 예고하는지를 떠올려보았다. 그 미래에 적응할 태세를 하다 보니, 내가 살고 있는 나라 즉 국민의 반이 박근혜를 선택하는 나라라는 현실이라는 것을 서서히 직시하게 되었다. 그러자 반대로 국민의 반이 박근혜를 선택하는 나라에서 박근혜의 극적인 낙선으로 「끝나는」 것은 거의 아무것도 없다는 새삼스러운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김소연과 김순자는 문재인이 약속할 수 없는 것들을 열심히 말하고 있었고 민주당이 연일 후보에 못 미치는 개탄스러운 수준(이념도 전략도)을 드러내면서, 차라리 박근혜가 대세를 확고히 해서 내가 보다 양심에 맞는 김소연 김순자에게 지지를 돌릴 수 있게 되기를 바라기도 했다. 김진표의 발언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그나마 갖고 있던 몇 가지 중요한 기대를 꺾을 수 밖에 없게 하였다.

그러나 막바지에 문재인이 다시 힘을 받게 되면서 나는 그 원수같은 정권교체 지상과제론, 수많은 이들이 무기로 삼아 마음이 복잡해야 마땅한 사람들을 위협하는 그 논리로 하는 수 없이 마음 아닌 몸이 되돌아간다. 그것은 담쟁이펀드에 돈을 넣던 당시의 생각, 즉 한국이라는 현실이 과거와의 싸움에서 상징으로나마 이기는 모습을 목도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왔고, 그 승리는 그로 인해 수명이 연장될 온갖 사람들을 견뎌야 하는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양보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결선제가 없는 대선에서 나는 박근혜가 자극하는 욕망과 김소연 김순자가 공유하는 이상을 동시에 가졌음에도, 괴상한 것들로 불타오르는 정말 많은 수의 이상한 사람들과 함께 그대로 문재인에게 표를 던지기로 한다.

  1. 미호

    저도 07년 문에 표를 던졌었는데… 지금도 충분히 아는 게 뭐 하나 없지만, 지금 돌아보면 참 그때의 전 더했었어요. 투표일이 가까워올수록 이런 저런 이유로 스트레스와 부담이 증폭하네요. 말씀하신 ‘마음의 준비’ 생각 때문이겠죠? 20일이 저한테 어떤 감정으로 맞이하는 아침이 될지 불안하고요.

  2. 김괜저

    몇 시간 안 남았네요

  3. 라시드리다

    빨리 19일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4. 김괜저

    저는 좀 천천히 왔으면 좋겠습니다

  5. 별일없이산다

    투표소 안에 들어가서 투표용지와 마주하면 이렇게 투표 전에 했던 모든 생각이 한 10초만에 쫙 지나가더라. 임종의 순간도 아니고 –;

  6. 김괜저

    슬럼독 밀리어네어 같은

  7.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

  8.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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