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뎅 사 먹어야겠다.

광역버스의 특성상 십 분 일찍 나오면 삼십 분 일찍 도착할 수 있다. 삼십 분 일찍 도착하면 빵 한 조각에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다. 커피를 아침으로 마셔버리면 오전에 작업하며 마실 커피를 또 사 마시게 된다. 하루 두 잔만 마시기로 했기 때문에 오후에는 커피를 마시지 않게 된다. 오후에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배 꺼질 때까지 졸음과 싸우느라 머리가 지치게 된다. 지친 오후를 보내고 퇴근하면 역시 커피 없이는 안되겠다 싶어 커피 한 잔 하게 된다. 저녁에 결국 커피를 마시면 늦게 자게 된다. 늦게 자면 늦게 일어나게 된다. 늦게 일어나면 십 분 일찍 출발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이런 이유로 일찍 출근은 연속으로 이틀 할 수가 없다.

수요일 오후를 안식나절로 정한 것은 정말 잘 한 짓이었다. 한 주를 반으로 나누면 훨씬 빠른 속도로 살 수가 있다. 인생을 두 번 살 수는 없지만 이배속으로 살 수는 있다. 주중이면 주중이어서, 주말이면 주말이어서 못하는 일들을 몰아두었다가 수요일 오후에 한다. 이번주에는 오랜만에 국립중앙도서관으로 갔다. 눈이 마구 쌓이는 것을 직원들이 나와 긁고 있었다. 도서관도 성모병원도 조달청도 법원도 모두 같은 모습이었다. 나는 점심을 먹고 나서 옥수수차를 마시면서 부대에 전화를 돌렸다. 「어 형 웬일이에요」「눈 오길래 전화했다 우헤헤」

책을 몇 권 읽고, 논문을 몇 개 찾아보고 (쓸 데 없는 짓이었다) 나왔다. 고속터미널 지하상가에 가서 포인세티아 작은 것으로 두 분을 샀다. 물을 주고 맞는 크기의 아연 화분 두 개에 담아 식탁에 올려놓았다. 식사용 깔개도 어두운 색으로 바꿨다. 거의 다 내려와 느려지는 스키처럼 해가 끝나고 있다. 오뎅 사 먹어야겠다.

  1. ROSE

    오뎅은 맛있어 맛있는 건 귤 귤은 노랑이 노랑이는 내 살 으…… 춥당 ㅋㅋ

  2. 김괜저

    오늘이구나 따뜻하게 입고갔니

  3.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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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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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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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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