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석화 먹으면서 토론회 보았다.

지난 한 주간 다들 정치에 끼인 환상의 기운이 싹 걷히면서 주변은 감정 과잉으로 갈피 못 잡거나 지루해서 빨리감기 중이거나 둘 중 하나였는데, 이정희 덕분에 너무 재밌었다. 이정희는 ‘남쪽정부’ 딱 한 번 실수한 것 빼고는 원하던 바를 다 이뤘고 (쌍욕을 했어도 실수로 보긴 힘들다) 선거와 관계없이 방송 아방가르드의 지평까지 넓혔다. 자폭하는데 유리하고 불리한 게 어딨나. 사실 나보다 어린 분들 중에는 올해 통진당 사태 이전에 이정희가 누군지 잘 모르던 이들도 있었을텐데「종북」과 「다카키 마사오」가 동시에 인기검색어다.

문재인은 이정희와 엮여서 미친놈되는 것 경계하느라고 존재감을 포기했다. 이번엔 그게 맞다. 이정희의 수위에 따라 전략을 짜고 그대로 한 것으로 본다. 심상정이었으면 좋았겠지만 이걸 어떻게 받나. 얻은 건 없지만 최선이었다.

박근혜가 표정 연기가 잘 안 되서 그렇지 미묘하게 슬픈 연기에 좀더 능했다면 지금 여기서 토론을 하려고 애쓸 필요조차 없었다. 맞아도 괜찮은 사람이 얻어맞는 것을 관람하려니 페이소스가 부족한 게 흠이었다.

토론같은 토론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면 내일 밤 군소후보 토론을 보시면 된다. 이번 대선에 재밌는 게 남아있었다니, 그것으로 감격이다.

  1. 페이토

    07년에는 “메인토론회”에 후보 6명, 군소후보 토론회에 후보가 4명이었죠. 군소후보 토론회가 진짜 개그. 허경영아저씨때문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직도 제 하드에 HD화질의 당시 토론회 영상이 있답니다.ㅋㅋㅋㅋ

  2. 김괜저

    자주 돌려보기 좋은 영상이 나왔습니다.

  3. j

    s사 장학회에 열내는 이정희도 웃겼음요. 근데 보니까 이정희가 첨부터 마무리까지 아주 잘 웃겼던것같아요.박후보를 안주삼아.문재인은 …새누리당을 자꾸 쉐누리당이라고하는것아닌가요?

  4. 김괜저

    상용차도 그렇고, 직접 언급하는 대신 가명을 이용한 것입니다.

  5. 김괜저

    봉굳ㅋㅋ
    애들이랑 같이 보고 싶었음

  6.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

  7.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