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광명역에서 끝나는 여행을 무척 좋아한다.

Y에게 넘겨받은 기차표였다. 아침 서울역에서 잠깐 만났다. 기차여행은 배웅하는 사람이 있는 편이 맛이 난다.

작년에 왔을 때의 부산과 달라진 것은 패밀리마트가 이름을 바꾼 정도였다. 자격 이상으로 친숙했다. 심지어는 부산대 앞에서 누가 길을 물어봤는데 신통하게도 또 아는 걸 물어보길래 가르쳐주기까지 했다. 지난번 묵었던 경성대 근처 숙소에서 다시 자고 싶었지만 이미 예약이 찬 상태라 중앙역 쪽으로 잡았다. 부산역이 가까워서 짐을 역사 사물함에 넣어두고 돌아다닐 수 있어 편리했다.

쓰던 카드로 버스 지하철을 하도 많이 타고 왔다갔다해서 이제 노선도를 대충 알겠다. 또 부산 1003번 버스는 경기 1005-1번과 대략 비슷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래 걷느라 몸이 식어 차이 라떼를 사들고 탄 만원 좌석버스에서 선 채로 오면서 피로한 얼굴들을 하나씩 살폈다.

낮에는 부산대, 교대 주변에 있다가 다시 경성대 부경대 부근을 맴돌다가 남포동과 광복동으로 넘어왔고 저녁에는 역 근처에 머물며 발 안마를 받고 생선구이 백반을 먹었다. 옆에서 누가 붙어서 등을 때려줘야 부산말 흉내를 안 낼거야…….

돌아오는 기차는 대전까지 입석이었는데 한 칸에 달린 문 옆 의자는 둘, 서 가는 사람은 나와 연인 한 쌍 이렇게 셋이었다. 대구까지 서서 가다가 그 둘이 다른 차로 가는가 싶어 난 자리에 앉았는데, 이내 돌아오더니 남은 자리에 제발 자기는 괜찮으니 서로 앉으라고, 나는 서서 가도 된다고 극구 양보하며 내쪽을 슬금슬금 넘보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광명역에 도착하자 비가 오고 있었다. 나는 이곳에서 끝나는 여행을 무척 좋아한다. 벗어 넣어두었던 웃옷을 꺼내 입으면서 내렸다.

  1. aprildawn

    정말 좋아요..사진이

  2. 김괜저

    중간에 렌즈가 말썽을 피워서 조금 고생했어요.

  3. 마님

    필름사진인가요?

  4. 김괜저

    아닙니다 ‘ㅁ’

  5. 백사자

    사진들 너무 좋아요. 특히 동영탕 굴뚝 사진이랑 그 밑의 사진, 그리고 중간에 포스터 사진, 맨밑에 학교랑 그 위에 도로 사진 너무 멋있어요. 꼽다보니까 끝이없네요 ㅋㅋㅋㅋ 감탄하고 갑니다!

  6. 김괜저

    학 교 의 위엄이 좋았어요

  7. 태양

    좋아요. ㅋ

  8. 김괜저

    고마워요ㅋ

  9. sunho

    그래봤자 결국 마지막까지도 양보하지 않았다는 말 아닙니까? 바람직합니다.

  10. 김괜저

    짝 있는 분들에게 양보라니 서민증세 같은 겁니까? ㅎㅎ

  11. joonghyuncho

    사진 정말 좋습니다. 정말로..

  12.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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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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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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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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