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씨발 존나 젊다.

젊음에 대해서 자격을 갖고 말하고 쓰고 싶은데 이 놈의 나이는 들 줄을 모른다. 니네 정도면 애기라는 말은 알아듣겠지만 우리 속이 얼마나 못 젊은지 안다면 못 하지 싶다. 나이를 충분히 못 먹은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젊음이 고작 이거라니, 그런 생각이 안 들고 배기겠느냐는 것이다.

우리 중 많은 이들이 젊음을 제대로 입어보기도 전에 반품했다. 우리 중에 스스로 그걸 아는 친구들도 있을 것이다. 스스로 아는 친구는 그래도 표정이 다르다. 식기를 바꾸거나 커피잔을 내려놓는 그 잠깐 동안에 눈을 살짝 깔면서 말없이 맥락을 추가하는 이들은 가고 없긴 해도 젊음의 어딘가를 참조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세상을 막 사는 데 일가견이 있었던 사람들이 영웅 자리를 차지했던 시대가 있었다고 들었다. 철저하게 그 껍데기만 불량식품처럼 섭취한 내가 다 알 수는 없지만, 그건 골동품을 갖고 나와 시멘트에 내던져 깨뜨리는 소리에 맞추어 춤추며 웃는, 오로지 허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그런 젊음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어느날 새벽, 날이 밝았을 때 좋건 싫건 다같이 깨어날 수밖에 없었고 이내 지금의 누군가, 이를테면 내게 편하게 마시라며 한사코 맥주를 손수 따라주고 핸드백에 말보로를 숨겨 다니는 그 분들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별로 뭘 꿔본 적도 없고 딱히 깨본 적도 없단 말이다. 머리를 깰 딱딱한 벽도 없었고 숨막히는 시선도 없었다. 가출을 하면 <느낌표>에서 송은이가 와서 위로해주었다. 학원 수업 빼먹고 오락실 가면 큰 모험이었다. 옛날식 영웅같은 친구들을 찾아나선 적도 있지만 오토바이 타고 가서 돌다리 밑에서 한 불꽃놀이는 숨막히게 지루했고 그나마도 다시는 벌어지지 않았다. 한동안은 주위에 삶을 내던져 본 적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에 어린 놈이 어깨결림처럼 가벼운 열등감을 느끼며 다음 문제를 풀었다. 어떻게 생겼는지 보지도 못하고 외면당한 젊다는 느낌은 싸이월드에서 식고 유치하지 않은 삶으로 하나둘 참전을 결정했다. 문제는 다들 나만 그런 줄 알았다는 것, 그러나 동시에 똑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으니 관두자는 생각이 나부터 들면 그 순간이 제일 쓰다.

  1. 월요일

    세상을 막 사는 데 일가견이 있었던 사람들이 영웅 자리를 차지했던 시대가 있었다고 들었다, 라는 문장이 너무 공감되는데요. 정말, 아주, 무척 수준이 아니라 너어어어어무. 정말 쓰네요…

  2. 김괜저

    너어어어어무 까지야ㅎㅎ

  3. j

    진짜 가명으로 작가로 활동하시는것아녜요? 진짜 안잘쓴곳이없스므니다.

    그대가 책을 내면 내 다 사리다.그땐 사인부탁하오.

  4. 김괜저

    사시는 족족 해드리겠습니다

  5. yam

    정말 무미건조한 삶을 살면서도

    ‘시간이 지나보면 지금이 좋을때다’

    라는 말 때문에 묻어버리곤 하죠.

    요즘 뭔가 꽉 막힌 기분이었는데

    여기서 알게 됐네용ㄱㅅㄱㅅ

  6. 김괜저

    ㄱㅅㄱㅅ!

  7. 마말

    인생 막 살고 얻은 건 객기에 찬 추억뿐인 늙은이가 생각보다 많다

  8. 김괜저

    친구야 그런 말이 아니었어…ㅜㅜ

  9. 남남

    ’60년대에는 시위를 하고 돌을 던지는것으로 쉽게 저항할 대상을 찾을수 있엇지만 요즘에는 저항할 대상을 찾는것도 쉽지 않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소설속에서썻던 대목인데 이글 읽어보면서 갑자기 생각낫네요ㅋ

  10. 김괜저

    역시 하루키가 다 썼군요ㅎ

  11. Rose

    제목이 맘에 들어 그래서 ‘나도 씨발 존나 젊다’

  12. 김괜저

    밤섬해적단의 노래제목이야

  13. Prenz

    젊음은 기꺼운 촌스러움이란 생각이 드는데

    요샌 다들 너무 일찍부터 세련돼지려고 하는 것 같네요

  14.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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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