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울가정법원을 나서 덕수궁길을 걸어가는 이혼부부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별일없이사는 누나를 덕수궁 정문에서 만났다. 누나는 <별일없이 산다>를 직접 듣고 온 소감을 말해주며 던킨도너츠 종이잔 가장자리를 까뒤집어서 당첨된 도너츠를 먹었다. 저 가장자리 까뒤집는 행사 생각해 낸 사람 한 한시간 쯤 뿌듯했을지 몰라도 뒤집을 때 손가락 아파서 관두는 사람 많지 싶다. <덕수궁 프로젝트> 관람 겸 궁에서 산책하고 왔다. 다음은 한국어 위키피디아에도 <전설>이란 꼭지로 올라와 있는 공신력 있는 덕수궁 소개글이다.

‘덕수궁 돌담길’로 불리는 덕수궁길은 덕수궁 정문에서 시작해 서울시립미술관 앞 분수대까지다. 덕수궁길의 전설은 임금의 승은을 받지 못한 후궁들의 질투가 연인에게 옮겨가 연인들이 헤어진다는 설도 있으나, 이보다는 덕수궁길 끝 부분에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옛날 대법원과 서울가정법원으로 사용됐기 때문이라는 설이 더 설득력이 있다. 옛 서울가정법원(현 서울시립미술관)을 나서 버스를 타러 덕수궁길을 걸어가는 이혼한 부부의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헤럴드경제 김수한 기자

전시 내용은 놀라 자빠질 만한 그런 건 아니었고 그냥 특수한 공간에 낯선 대상(objet) 수준에 그친 것이 많았다. 베르사이유에 쿤스나 무라카미처럼 아예 발칙한 느낌을 조금 기대했는데 역사에 대한 진정성이 찰랑거렸다. 뭐, 덕수궁을 산책하는 평온한 의식에 한 점 바람도 불지 않아서 결과적으로 좋았다는 이야기. 고층 광고판에서 쏴대는 빛이 어른거리는 고궁은 그대로 봐도 충분히 현대미술이다. 그야말로 서울가정법원을 나서서 돌담길을 걷는 이혼부부같다. 부인 얼굴이 정말 예쁘다.

  1. 마말

    뭘 기대한거여 ㅎㅎ

  2. 김괜저

    안에 불 질러놓고 제목 멋있게 지어놓으면 쩔잖겠니

  3. Recce

    사진 멋있어요!

    언제나 사진에 감탄하고 있습니다.

  4. 아름

    늘 느끼는 거지만 사진의 색감이 따뜻하면서 싸~하니 좋네요 ㅎㅎ

  5. 아름

    근데 혹시 필름으로 찍으시나요?

  6. 김괜저

    디지털로 찍어서 컴퓨터로 고칩니다

  7. 매화향기

    색감에 이끌려 이곳까지 오길 정말 잘 했네요.

    가정법원이 가까이 아니있는 덕수궁 같은 아름다운 궁궐에서 인생을 만들어가시길……

  8.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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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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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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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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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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