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능있는 아이팟을 쓴다.

─ Shaun Baker ft. Laid Back : Bakerman

내 아이팟은 클래식 기종으로 멸종해가고 있었음에도 나는 뒤돌아보지 않고 선택했고 내 음악 일체를 믿고 맡겼으며 잠자리만이 마음 편한 시간이었던 군생활 초반에 나를 많이 위로해주었다. 그래서 이제 내 마음을 읽기 시작했다. 딱 맞는 노래를 딱인 순간에 틀어주는 기특한 공교롬성을 갖췄다. 별일없이사는 누나와 ㄱ형을 만나러 서래마을로 가는 길이 너무 막혀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나온 노래는 장기하와 얼굴들의 <달이 차오른다 가자>였는데 완벽했다. 덕분에 늦었지만 즐거울 수 있었다(…). 관양동 재래시장 구경하다가 아저씨랑 아줌마 싸움이 붙었는데 나온 노래는 Edith PiafLa foule이었다. 이것도 완벽했다. 이틀 전 동대문역에서 인파가 한 출구로 물처럼 흐르는데 노래는 들국화 <행진>이었고 지난주에 퇴근길에 휘문고 운동장에서 야구부 연습을 구경하다가 나온 건 서태지 Live Wire였다. 제대하던 날 버스 안에서 음악을 무작위로만 들었는데, 그러면 그렇지 Yo La TengoToday is the Day가 나왔다. 가끔은 음악영상처럼 말 그대로 아귀가 맞아서 좋은 것이고 가끔은 왜인지 설명은 안 되지만 음악 특유의 자유연상성으로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기막힌 배경음악은 생활에 반드시 필요하다.

서래마을에서 만난 별일없이사는 누나가 감격스럽게도 Monmouth의 원두를 사다주었다. 집에 오자마자 갈아마셨는데 무척 좋았고 특히 아빠가 좋아했다. Monmouth는 차가운 라떼가 무척 맛있어서 깊은 인상을 받은 런던의 커피집이다. (자주 사 먹지는 않지만 찬 라떼가 진하고 부드럽고 고소하고 쌉쌀하면 커피집을 다시보게 된다.) 식사는 한국밥이지만 분위기는 왠지 뉴욕에 다시 온 것 같은 (물에 레몬 띄운 그 맛이 뉴욕 중간가격대 밥집들 생각나게 한다) 식당 수불에서 먹었다. 흑임자 닭튀김이 괜찮았다. 자리를 옮겨 올해 마지막이었을듯한 팥빙수를 먹으며 박사가 된 새집마련 신랑과 바라나시 주민과 예비역 신병은 오븐의 경우 어떤 게 좋은지를 두고 수다를 떨었다.

  1. 베리

    담장옆에 국화꽃다녀오셨군요 그곳은 항상 사람들이

    북쩍거리는것같아요 ㅎㅎㅎ 인절미도 드셔보셨는지요?

  2. 김괜저

    인절미는 못 먹어봤네요. 팥죽이 맛있던걸요

  3. gene

    monmouth오타인것 같아요

  4. 김괜저

    고맙습니다

  5.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

  6. 김괜저

    고마워! 잘 지내지? 언제 한 번 보면 좋겠다ㅎ

  7.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