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간단한 책장을 만들었다.

톱질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마음의 평화를 느끼기 위해 일부러 설계에 착오를 일으켜 잘못 재단된 나무를 배달받은 것이다. 이십 년 가까이 된 톱으로 정확히 자르기가 힘들었지만 여차저차하여 김씨스터 방에 놓을 4단 책장 다 만들었다. 마감제가 있기는 한데 이번에도 바르지 않고 일단 그냥 두기로 했다. 나무가 얇아 가로폭을 더 늘릴 수 없었지만 대신 양쪽 선반 높이를 다르게 끼울 수 있으니 오히려 낫다. 짜임이 좀 약하다 보니 뒷면에 철물을 대어 강화했다. 기회가 되면 같은 모양으로 여럿을 만들어 창쪽 벽을 창문 아래 책벽으로 만들려는 계획이 있다. 그러나 그 전에 의자도 만들어야 한다. 하나 만들고 끝이면 개의치 않았을텐데 자꾸 만들 일이 생기다 보니 공구 욕심이 슬금슬금 고개를 든다. 전기톱, 새 전기타공기(타공촉을 육각 아닌 곡면으로 잡아주는 놈으로), 대패, 이 정도만 있으면 일년에 한두 번 쓰는 데 그리 큰 낭비는 아니지 않을까? 사실 모듬기본공구 사면 들어있는 것만으로 이 정도 만드는 것, 칭찬 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못자국 없이 완성하려고 깊게 못을 매몰한 뒤 매꿈제로 마무리했다. 다음에 더 두꺼운 나무로 제대로 가구를 만들게 되면 반턱짜임(니은자로 홈을 파서 연결하기) 정도는 시도해 보고 싶다. 정확히만 작업한다면 일반 톱으로도 가능할 것 같으니까. 또 제대로 작동하는 타공기를 손에 넣는다면 나무못도 좀 써 보고 싶다. 구멍을 똑바로 내기 어려운 장비로 작업하니 많은 게 아직 어렵다. 그래도, 책장이 없던 곳에 책장이 있다.

책장 위 창 밖으로는 인덕원이 보인다.
  1. 구름

    현제 책장이 없어서 책을 바닥에 쌓아두는 저로썬 매우 부럽네요 ㅠㅠㅠ

  2. 김괜저

    책장만 있는 것보다는 책만 있는 것이 낫죠

  3. 니아니마

    저는 중학교 때인가? 학교에서 만드는 조그마한 책장도 제대로 못 만들 정도로 손재주가 없어서 그런지 더 부럽습니다ㅠㅠ

  4. 김괜저

    저는 학교에서 목공은 한번도 안 해봤는데 제가 부럽네요

  5. chemica

    음 .. 창문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멋지네요 .. ^^
    잘 보고 갑니다 ..

  6.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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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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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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