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술은 할아버지 같은 분이 하는 것이라 들으며 자랐다.

전역복은 여기저기 화제거리가 되었다. 저녁에 거의 십 년 만에 외이모할아버지 댁에 갔다. 꼬불꼬불하고 덩치가 큰 개가 있다. 할아버지는 아버지와 나이 차가 겨우 세 살, 그 자녀인 아줌마 중 둘째는 나와 한 살밖에 차이가 안 나니 사실은 외가에서 가장 우리집과 생활진도가 비슷한 가족이라고 할 수 있다.

동양화가인 할아버지는 어려서부터 엄마 남매들과 무척 가까운 사이였는데, 서울 깍쟁이들이었던 남매에게 칡을 캐거나 개구리를 잡으러 가는 등 종종 자연과의 조우를 제공해주었다고 들었다. 칡인 줄 알고 열심히 캔 것들은 대개 칡과 상관없는 멀쩡한 나무뿌리가 대부분이었다. 그보다도, 사남매의 학교 미술과제를 할아버지가 모두 도맡아 했다. 지금도 하시는 미술학원에서 포스터 지도를 주로 하시는 것 같던데, 학창 시절엔 사촌들 것을 아예 대신 그려 주었던 것으로 ‘본인의 열정으로 해냈다’고 독창적으로 회고하는 큰외삼촌이 홍대 미전까지 나가게 한 바 있다.

나는 어려서부터 미술에 재능이 있었는데 엄마는 내 작품들을 보며 지금 식으로 말하자면 「소울이 없다」는 취지로 2%를 지적하곤 했다. 지금 생각하니 그것은 동양화 외길을 걸어온 할아버지에 대비되어 내 재능이 손재주 정도로 비춰졌을 때문이 아닐까 한다. 결론적으로 나 역시 엄마의 「조잡은 예술이 아니다」론을 내면화하여 성장에 밑거름 삼고 있으니 결국 할아버지께 빚진 게 있는 셈이다. 감사해서 개랑 많이 놀아드렸다. 개는 껑충껑충 뛰며 빙글빙글 돌았다.

  1. 명품추리닝

    꼬불꼬불하고 덩치가 큰 개… 삽살개인가요?

    실제로는 한 번밖에 못 본 견종이라, 사진만 보고는 잘 모르겠어요.

    서있는 모습이 정말 귀엽네요. 대형견은 언제나 제 로망이에요.

  2. 김괜저

    잡종이라 카던데 저도 자세히는 잘. 개는 큰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