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카레 만드는 법이랑 이쁜 사진 보러 오신 분들께는 죄송합니다. 열량을 먹었으면 의식을 써야 하니까요…….

내가 당신을 모르긴 몰라도, 여느 요즘사람 같은 분이라면 아마 세상이란 팍팍하고, 삶은 건조하고, 남이란 딱 내가 고개를 돌리기를 기다려 미소를 지우는 그런 족속일 것이라고 믿고 있을 것이다.

살려면 참 가지가지를 해야 하는데 참 어려운 것 중 하나는 누가 가했는지조차 모르는 압력에 어디까지 순응하고 어디서부터 반란할 것인지 없는 기준을 세워 정하는 것이다. 또 절벽에서 뛰어내리면 찌부되어 죽게 돼 있는, 지극히 무의미한 세상에서 어떻게든 삶의 의미라는 것을 직접 창작하든 어디 가서 하나 싸게 사 오든, 구해야 한다는 것도 큰 스트레스다.

물론 아직까지, 혹은 더 이상은 이런 생각 안 하는 분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고민이란 있을 테고, 그 중에 비교적 큰 건 대충 이런 종류일 것이다. 세상이 (현실이) 약간만 이렇더라면 나는 이러이러한 방식으로 더 행복할 텐데……. (참고로 사회학을 공부하면 세상이 왜 지금 그런 모양인지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많아서 좋다.) 여기서 해답은 참아도 죽지 않는 선에서 내 욕심을 억누르고 세상에 ‘긍정적으로’ 몇 마디만 더 적응해 보든지, 현실을 바꾸려고 뭐라도 하나 짬 내서 하든지 둘 중 하나다. 참으면 참을수록 행복한 사람이라면 진심으로 부러워하는 바이다. 나는 현실이 늘 ‘충분히’ 바뀌지 않더라도, ‘조금이라도’ 변화하고 있지 않다면 울화통이 터지는 그런 종류로 태어났나보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들 중 대부분은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에서 나오는 것으로, 그 원인을 따라가 보면 이미 사람들이 많이 이야기하고 있는 해묵은 것들이 많다. 돈은 어떻게 벌어서 어떻게 먹고 사는지, 내 나라에서 태어났다는 데서 내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나 말고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똑바로 된 삶에 내가 못 맞추는 부분에 대한 불안감, 그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생각이라 거역하려면 상처 입혀야 하는 칼 든 심정.

불안, 불만, 불행은 조금씩이나마 해소되어야 하고, 힘의 관계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해서 그 설명에 만족하고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내가 지금 있는 곳에서 참 같이 있어서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는데, 이유 중의 하나가 문제 의식을 삶의 방식으로 삼으려는 태도가 이따금 발견돼서다. 문제 의식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하면 무척 비장한 표정을 짓고 쉴 새 없이 뿔테안경을 고쳐 쓸 것 같은데, 건강해서 머리 쓸 여유가 있다 뿐 순하고 귀여운 사람들이다. 나도 여기에서 내가 지니고 들어간 의식의 날을 잔뜩, 더 갈 수 없게 갈아서 나가지만 쌈꾼이어서는 아니다. 어딘가로 반등해야만 하는 기질이어서도 아니다. 만족하는 삶이란 숭고한 자세에 콧웃음을 치고 싶은 마음도 없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법정 스님으로 살 수는 없다. 불안, 불만, 불행은 조금씩이나마 해소되어야 하고, 힘의 관계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해서 그 설명에 만족하고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당신이 발 뻗고 자는 곳과 입에 넣을 밥을 얻기가 힘들어 이런 삼류 블로그에 올 기운도 없는 게 아니라면 뭔가를 할 수 있는 기운은 있는 사람이다. 폭력적인 사회에 이리 저리 치이고,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기회 닿을 때마다 박해하는 ‘타인의 상식’이 엄연한 현실을 극복하고 당신이란 한 사람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우선시하는 나라에서 살자. 더 구체적인 얘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신분이 (6일 뒤에) 되면 그 때 더 자세히 얘기하자.

  1. babo

    옳소!

  2. 김괜저

    고맙소!

  3. Y

    아니 아직 제대도 안했는데 벌써부터 ㅋㅋㅋ

  4. 마말

    직접 창작/창조하는 삶의 의미가 다른 곳에서 얻어온 것보다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

  5. 김괜저

    내 생각은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