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손동을 헤집고 다녔다.

차파티 만들고 남은 반죽 펴고 페스토에 페타, 닭가슴살, 파마지아노 레지아노, 어린잎, 호두 올린 피자. 이거 먹은 건 저번주였다. 오늘은 집에 남아 있던 얇은 등심 한 조각 양파랑 구워 우거지국이랑 먹고 나왔다. 하도 잘 익어서 애플망고라도 해도 믿을 복숭아도 하나 먹었다. 날씨가 덜 더워져서, 인덕원까지 곧장 걷기도 한다. 가방도 가벼운 것을 주로 들게 된다. 사진기는 어디에 담든 무겁지만 생활의 기본무게라고 하자. 길거리 나무에 은행이 귤처럼 지나치게 열려 있었다.

내손동을 헤집고 다녔다. 발걸음이 서울 쪽을 향하는 게 습관처럼 되어 있어서 집에서 가까운데도 잘 모르는 골목이 많다. 계원예대 주변에서 한 시간 정도 있었다. 고가도로 밑인 조형관 건물 쪽에서 의왕과 안양이 만나는 쪽으로 서면 대학가와 농수산물센터와 아파트들, 구시가지 주택들의 분위기가 묘하게 섞인 게 참 헌 신도시스럽다. 초 2년까지 살았던 포일리 주공아파트 자리에 들어선 자이 단지도 헤집고 다녔다. 다녔던 유치원 하나 빼고는 기억과 맞는 게 없다. 개미가 끝없이 나오던 놀이터도 없어졌다.

파리바게뜨는 좀 솎아내면 좋겠다. 단지마다 하나씩은 있던 독립빵집이 다 없어졌다. 파리바게뜨라고 번화가에 있는 것들처럼 제법 멀쩡한 빵을 구워 내놓는 것도 아니고 그냥 식빵장수라 도움이 안 된다. 여러 군데를 돌고서야 먹을 만 한 바게뜨를 찾았다. 아보카도와 브리 치즈를 사서 빵에 올려 천일염 뿌려먹고 있다.

  1. Y

    그만좀드셔요

  2. 김괜저

    먹을꺼야

  3. marmalade

    잘먹고 산다는건 중요하죠. 아주 바람직해요ㅎㅎ
    음식에의 의욕을 저 좀 나눠주십사…(굽신)ㅠㅠ

  4. 김괜저

    식욕 챙기셔야 됩니다

  5. 와니

    파리바게트 이야기에 완전 공감하고 가요:)

  6.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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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김괜저

    저도 반갑습니다. 딴 데 관심 많이 두고 살자구요.

  8.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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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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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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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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