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마만큼을 했을까.

오랫동안 못 만났던 옛 후임친구를 만났다. 여전한 모습이었으므로 걱정이 되었다. 내가 없이 괜찮을까, 라는 고민은 보통 기우이지만 그에게는 해줄 만 한 걱정이다. 나중에 이 친구의 이야기를 할 기회가 될 것이다. 그 때 당시의 마음, 한 사람의 무게를 전부 진다는 것의 고단하고 까다로운 상태를 오롯이 기억해서 자세히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궂은 일을 맡아 묵묵히 해낸 영웅같은 자아도취 상태에서 얼마든지 이 얘기를 늘어놓을 수 있었다. 그게 더 나답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이 얘기의 주인공이 나인 양 떠드는 것은 아직 못 할 짓이다. 그는 아직도 많이, 여전히 힘들어하고 있다. 사람은 얼마만큼의 걱정을 안고도 생존할 수 있을까. 나는 이 친구에게 얼마만큼을 해 준 것일까. 충분했을까, 참 무서운 질문이다.

  1.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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