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심장이 뛰고 있었다.

체력검정을 위해 3km 달리기를 할 때 나의 심장은 뛰고 있었다. 다만 몸이 충분히 뛰고 있지 않았다. 뛰는 건 어릴 때부터 축구와 함께 가장 못 하는 일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무척 슬픈 추억 한 가지를 들자면 2학년 때 사백미터 달리기를 꼴찌로 들어오고 있는데 나를 너무나 사랑한 엄마가 이미 헤진 결승선 앞에서 옳지 괜저야 잘한다 라고 목청껏 응원하며 두 팔을 벌리고 있던 기억이다. 그 결승선까지가 너무나 멀었고 시선이 힘들어 멀쩡한 다리를 절기까지 하며 최대한 천천히 들어왔었다. 나야 미안해, 그렇게까지밖에 뛰질 못해서. 그런 미안한 마음으로 살아왔단다.

소년 시절에 비하면 살도 빠지고 했지만 역시 뛰는 건 어렵다. 작년에 팔굽혀펴기 ‘특급’을 받아놓고도 삼십초 차로 달리기 과락 판정을 받아서 휴가 하루를 깎이기에 이르렀다. 매일 구보하는 육군이나 공군 전투부대에 비하면 운동할 시간이 없다시피하니 밖에서와 비교해서 체력이 별로 늘지도 않았었다. 팔굽혀펴기 팔십 개를 하고도 달리기 3급을 끝내 못 만든 나를 사람들은 팔만 있는 앉은뱅이 보듯 했다.

지난 겨울 난 윗몸일으키기를 연습했다. 작년엔 겨우 통과했었는데 꾸준히 연습해서 이제 이 분 안에 아흔 개 가까이 할 수 있게 됐다. 오늘 드디어 올해 체력검정을 했는데 윗몸일으키기 특급, 팔굽혀펴기 1급을 맞았다. 문제는 언제나처럼 달리기인데 멋찐 후임친구(23세, 전기공학 전공 피아니스트 겸 애니메 애호가)가 내 바로 앞을 달리며 보조도우미 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과연 (지켜보던 안소위님의 말에 따르면 개처럼 충실하게) 내 곁에서 같이 뛰어 준 후임친구 덕분에 중반까지는 원만하게 뛰었습니다만 후반에 역시나 헥헥대다가, 결국 간당간당하다 싶은 순간에 들어왔는데 충격적인 결과: 1초 늦어서 불합격 됐다. 통과 못 한 모든 장병들을 통틀어 내 기록이 제일 높다는 데 만족하며 특급/1급/불합격이라는 비정상적으로 불균형한 기록을 가슴에 묻고 가정의 달에 다시금 도전하겠습니다. 절 동정하지 마세요!

  1. 김괜저

    비판도 자랑이 되는…….

  2. 후임친구

    애니 끊은지가 언젠데………………

  3.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