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휴대전화와 컴퓨터 없이 사흘째. 이유는 맥북과 휴대전화 충전기를 뉴저지에 두고 들어와서. 원래 그제 한나절동안 짐 옮기고 고딕따 만나고 한 뒤 돌아가려는 생각이었는데 너무 늦고 피곤해져 그냥 새 방에서 처음 잤다. 똑같은 일이 어제 또 발생해서 또 안 들어갔다. 컴퓨터나 휴대전화가 없는 것은 그래도 집이 없는 것보다 훨씬 쉬운 불편함이로다. 집은 물론 아직 좀 그지같다. 짐은 반 밖에 못 옮겼는데도 방에 널부러놓으니 발 디딜 데가 없다. 펴 놓은 공기침대는 매일 아침마다 바람이 빠져 있어서 등허리에 바닥이 느껴진다. 총 네 장의 공기침대 매트리스 중에 하나가 꽝인데, 내가 지금 그걸 펴 놓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나머지 세 장은 짐칸에 있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

지금은 도서관이다. 이번 한 주는 신입생 환영주간이다. 학교 부근 온통 신입의 기운. 신입의 기운은 매우 캘리포니아하다. 그쪽에서 오는 학생들이 무척 많은데 첫 몇 달 동안은 그 동네 스타일로 시원시원하고 똑같게 하고 다니다가 곧 여기 식으로 자아표출하게 된다. 신입생들 틈에 껴서 잃어버린 학생증을 새로 만들었다. 덕분에 뭔가 새로워지는 기분은 든다.
그제 고딕따가 오셔서 맛있는 걸 사주시고 짐까지 날라주셨다. 역시 성녀 고딕…  학교 앞에서 프리온 단백질이 농축되어 있는 척수신경을 포함한 부위로 매우 맛있는 티본 스테이크를 먹었다. 시금치가 든 폴렌타 그라탕도 곁들여 먹었다. 무진장 남아서 염치불구하고 내가 싸 왔는데 덕분에 뉴저지에 못 돌아간 이틀간 배불리 먹었다. 짐 중에서도 가장 골치였던 냉장고를 그녀의 도움으로 옮길 수 있었다. 어제는 도은누나 집에서 장학파티가 있었는데 올 1월에 했던 모임과 비슷한 형태였다. 유진누나와 라 보엠을 보러 가고 싶었는데 이사 때문에 못 했고 대신 내일 아마 나비부인 볼 것 같다. 오늘은 이제 선반 마저 올리고 뉴저지에 가서 자야지. 고딕따와 찍은 사진 등도 맥북을 거쳐 올리려고. 아 맞어, 점심 먹어야 하는데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정말로 3번길 고 싸구려 커피 때문인가 팁도 많이 줬는데…
  1. Rose

    나도학교도서관,수강정정기간이라새벽부터학교나왔음. 짐정리퍼뜩하고방사진올려줘 궁금해 ㅋ

  2. Oscar

    성녀 고딕22

    신입의 기운은 뭔가 항상 캘리포니아 하지……

  3. EggLover

    그래서 나의 쌍콤한 문자에 답장이 없엇구나….ㅋㅋㅋㅋㅋ

  4. 사라미

    성녀 고딕33

  5. 고기딖따

    푸핫 이 사람들이 굶고 살았나 밥 한 번 가지고 성녀 추앙이라니 ㅋㅋㅋㅋ 역시 배고픈 유학생들ㅋㅋㅋㅋㅋ
    그리고 괜저 내가 그 밥 꽁짜 아니라고 말했지! 너 성공하면 잘 봐주라고 뇌물 먹인거임!
    그리고 똥배 낙타 사진 무보정으로 올리면 미워할테야. 슈퍼모델 배로 만들던지 올리지 말아죠 ㅋㅋㅋㅋ

  6.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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