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되돌릴 수가 없다.


진한 염료가 뛰면 흩뿌려질 것 같은 셔츠
내가 컸다는 것을 되돌릴 수는 없다. 이만큼 커지느라 얼마나 고통스러웠는데, 얇았던 때로 아무 일 없던 듯 되돌아갈 수는 없다. 그렇게 나는 덜 단적이고, 덜 명료하고, 덜 간단한 그런 내가 되어간다. 내게 작년의 빤함을 요구한다면 나는 펼쳐 보여 줄 것이 없다. 시방의 나 밖엔…
우리는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을 따라 같이 뛰어야 할 때가 있다.
나는 내 묘비에 「나는 결코 죽지 않았다」고 쓰고 싶지는 않다. 죽으면 끝이거나 다음 정거장이 있거나인데 여기 머문다는 뻥을 치고 싶지는 않거든. 대신에 죽을 것만 생각하며 떼쓰다가 죽지는 않았다는 그 인정은 좀 받아야겠다. 한 번 뿐인 죽음 멋지게… 간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아간다는 것은 착각이다. 적어도 모두에게 나아갈 곳이 똑같다고 믿는 것은 오류이다. 살려면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 어디로 가는지는 서로 혀를 끌끌 찰 바가 아니다.
삶을 냉소로 채우는 것이야말로 참으로 오갈 데 없는 짓이다. 슬프게 100,000,000명을 욕하고 죽었다는 전설 속의 김구라 같은 것은 될 마음이 없다. 나는 뒤틀고 싶지, 눈귀 가리고 헛웃음 날리고 싶지는 않아.
난 틸르틸의 파랑새를 알아요 / 난 앤델슨도 알고요 / 저 무지개 너머 파란 나라 있나요 / 저 파란 하늘 끝에 거기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