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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인생 자평

작년에 이어 같은 방법으로 한 해에 대한 평을 쓴다. 나 스스로를 위한 가감없는 〈2018 인생 자평〉을 먼저 길게 쓰고 나서, 검열과 가공을 거쳤다.

0. 총평

2018년은 내가 지난 10여 년 간 「어쩌면 나와는 관련없는 일일지 모른다」고 생각해 왔던 일반적인 인생의 측면들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던 나의 상을 발견하고 자세를 고쳐 나갔던 한 해였다.

나는 유튜버 얘기만 했다.

월간 《현대문학》에 또 한 번 글을 쓸 수 있는 운 좋은 기회가 생겼는데 주제가 ‘세상에 없는 책’이었다. 평소에 책은 안 읽고 유튜브만 보고 있었던 터라 딴에는 솔직하겠다고 유튜버들이 나오는 소설집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써냈다. 〈구독한 사랑〉이라는 제목을 붙인 그 글이 실린 1월호를 읽는 중이다.

「(…) 나는 일단 최근 읽었던 책들을 생각해보는 데서 출발했다.

2018 영화 본 거

2018년에는 20편의 영화를 보았고, 그 중 11편이 같은 해 개봉작이었다.

나는 양배추 좀 구워 봤다.

화요일에 휴일 하루가 더 있으니 주말이 매우 여유로워서 이틀 내내 머리를 식히며 집안일만 했다. 특히 부엌을 유례없이 깨끗하게 딥청소(‘대청소’로는 전달이 안 됨)했더니 금방 그 부엌을 쓰고 싶은 마음이 솟았다.

마트에 갔는데 아뿔사, 마트 쉬는 일요일이다. 원래는 고기와 야채를 사서 잔뜩 구워 먹으려고 했었는데. 집에 먹을 게 마땅히 없긴 해서 마트 옆 유기농 슈퍼마켓에라도 갔다.

나는 꿈에서 또 남을 실망시켰다.

또 말도 안 되는 꿈을 꾸었다. 지난 한 주 동안 세 번 이상 생생한, 실제 아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서울인 것 같은 곳을 배경으로 한, 내가 누군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노력하지만 결국에는 크게 실망시키고 마는 꿈을.

오늘 새벽녁에 깨어 머리맡의 가습기 (가벼운 코감기가 있어 최대치로 해 놓고 잤다) 때문에 축축해진 배게를 옆의 것으로 바꾸게 한 꿈은 어떤 지하 상가같은 곳에서 펼쳐졌다.

나는 고양이들이 어렵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계신 묘지에는 관리인을 늘 쫓아다니는 고양이 두 마리가 있다. 흑묘 백묘 하나씩 관리인의 다리 사이를 8자로 감아 엥기며 오는 모습을 보면 일종의 위성 같기도 하다. 관리인은 그 외에는 별다른 특징이 없는 남자이지만 묘지 관리인이라는 역할에 고양이 두 마리를 늘 데리고 다니는 점 때문에 두 번밖에 본 적 없는데도 마치 만화 캐릭터처럼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다.

나는 돈 돈 한다.

어쩐지 주변에 돈 얘기 잘 안 하는 사람으로 인식돼 왔던 것 같다. 공부도 돈 버는 일과는 별 상관 없는 과목들로만 하기도 했고, 딱히 어떤 길로 가야 돈을 더 버는지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처럼 살아온 느낌이다. 실제 내 마음 속에도 돈이 차지하는 지분이 별로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결혼식에서 오랜만에 마주친 동창이 만나자마자 재테크 얘기를 하는 걸 보고 왜 저러나 싶어하기도 했고,

나는 네 번째 부산 여행을 했다.

부산 참 여러 번 왔다. 올 초에 출장도 왔었고 그 밖에 잠깐씩 들른 적도 있었지만 이틀 이상 여행한 것만 해도 이번이 네 번째인 것 같다. 여행은 가고는 싶고 국내에는 머물고 싶고 도시에도 있고 싶고 하는 어정쩡한 마음일 때 가는 곳이다 보니 복잡한 마음을 질질 끌고 갔던 기억이 유독 많은 곳이다.

나는 이제 한국어 전자책도 사 봤다.

드디어 앱스토어를 한국으로 옮겼다. 3년 전 처음 서울 돌아왔을 때에만 해도 자주 쓰는 앱 중에 한국 앱스토어에 없거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들이 있었는데 그간 적응을 하기도 했고 앱스토어 국가간 경계도 그 동안 옅어진 덕분에 앱 사용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 일단 다행이다.

문제는 북스토어인데, 다행히 지금까지 사 놓았던 책들은 문제 없이 읽을 수 있지만 미국 스토어에서 새로운 책을 살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