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영화 본 거 B

참 괜찮았던 영화 아홉 편

연출   각본   연기   미술·음악   전위



9.
Magnolia Action vérité (진실 혹은 거짓) 외 단편 10여 편 Nick & Norah’s Infinite Playlist 
Paul Thomas Anderson 1999 François Ozon Peter Sollett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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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2.
Funny Games  하하하 Les invasions barbares 
(야만적 침략) 
Michael Haneke 19976 홍상수 2010 Denys Arcand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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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Cœurs (마음들)  Entre les murs (클래스) Les amants du Pont-neuf 
Alain Resnais 2006 Laurent Cantet 2008 Leos Carax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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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영화 본 거 A

최고였던 영화 여섯 편

연출   각본   연기   미술·음악   전위

1. Scott Pilgrim vs. the World 2. Clockwork Orange 
Edgar Wright 2010 Stanley Kubrick 1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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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잘 알지도 못하면서 4. Barton Fink
홍상수 2009 Coen Brothers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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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Sitcom 6. Tacones lejanos   (하이힐)
François Ozon 1998 Pedro Almodóvar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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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영화 본 거 전부

이미 작년인 지 오래인 2010년에 나는 고작 29편의 영화를 보았고 그 가운데 다섯 편이 2010년 개봉작이었다. 2009년 83편, 2008년에 77편을 본 것에 비해 매우 적은데 첫째, 연극이 저렴한 파리에서 영화 대신 연극을 본  횟수가 많이 늘었고 둘째, 독립극장이 많은 파리에서 이미 본 고전들을 다시 영화관에서 볼 기회가 많아 새로운 영화를 많이 못 본 것도 있겠고 셋째, 구월 말에 군입대하여 연말까지 영화를 전혀 보지 못한 점 등이 변명 되겠다.

원래 입대하면서 이거 정리하는 것도 멈추려고 했었는데 예상보다 감사하게도 책이나 영화를 자주 접할 수 있는 근무환경에 당첨되었으므로 올해에 본 영화가 조금씩 생기다 보니 작년 것부터 정리를 해 놓아야 올해 것도 연말에 정산할 수 있겠구나 싶어서 반 년 뒤늦게라도 헤아려서 올린다.

연도 작품명 비고 감독
2010
감독의 걸작 이창동
★★★★★
Toy Story 3 실망 없는 애니메이션 시리즈 Lee Unkrich
★★★★
Inception 적당히 똑똑한 영화 Christopher Nolan
★★★★
Tournée 최고의 포스터 Mathieu Amalric
★★★★
Alice in Wonderland 틀린 영화 Tim Burton
★★
2009 Away We Go 딱 잡힌 각본 Sam Mendes
★★★★
Soul Kitchen Faith Akin
★★★
전우치 최동훈
★★★
Antichrist 글로써 더 나았을 Lars Von Trier
★★★
2008 Zack and Miri Make a Porno Kevin Smith
★★
2007
Boy A John Crowley
★★★★
Superbad 필요 이상으로 좋은 각본과 연기 Greg Mottola
★★★★
Funny Games 소름 끼치는 영화, 최고의 도입부 Michael Haneke
★★★★
2004 I ♥ Huckabees David O. Russell
★★★
2003 Big Fish Tim Burton
★★
2002
Adaptation 각본의 끝장 Spike Jonze
★★★★
Catch Me If You Can Stephen Spielberg
★★★★
2001 Zoolander Ben Stiller
★★★
1993
Dazed & Confused 최고의 청춘 Richard Linklater
★★★★★
1992 Reservoir Dogs Quentin Tarantino
★★★★
1988
Mujeres al borde de un ataque de nervios (Women on the Verge of a Nervious Breakdown) 알모도바르 + 아줌마 + 치정 = 명작 Pedro Almodóvar
★★★★★
1977
Cet obscur objet du désir (That Obscure Object of Desire) 욕망 앞에 미쳐서 반현실적 Luis Buñuel
★★★★
1975 Monty Python and the Holy Grail 기념비 Terry Gilliam, Terry Jones, Graham Chapman, John Cleese
★★★★
1971 Les deux anglaises et le continent François Truffaut
★★★
1964
Dr. Strangelove or How I Learned to Stop Worrying and Love the Bomb 비꼬니 웃기고 슬프다 + 최고의 종결부 Stanley Kubrick
★★★★★
1963 La boulangère de Monceau Éric Rohmer
★★★★
Le mépris Jean-Luc Godard
★★★
1961 Breakfast at Tiffany’s Blake Edwards
★★★
1960
하녀 내 마음은 정전이라고 김기영
★★★★★

2010 영화 본 거 8

2010
이창동
연출 ★★★★ / 각본 ★★★★ / 연기 ★★★★ / 미술음악 ★★★★ / 전위 ★★★

1. 친구 Clément은 나보다 먼저 파리에서 이 영화를 보고, 너네 나라는 이런 배우를 몇이나 더 숨기고 있느냐고 따졌다.
2. 할머니가 시 쓰는 영화를 만든다면 이것보다 잘 만들기는 힘들 것이다. 청승맞거나 능구렁이 같거나 무관심하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지독하게 세상스러운 주변 인물들과 주인공 미자가 이루는 대비는 종종 너무 뚜렷해서 세련된 느낌은 적지만 대신 전체 줄거리와 대사들, 끌고 가는 주인공의 연기가 무척 미묘하고 조용조용해서 좋다. 미자가 손자가 뒤집어쓴 이불을 잡아 끌며 「왜 그랬어, 왜 그랬어」하는 장면은 참 심심하게 쓰라리도록 만들어 놓은 이 영화를 잘 간추린 대목이다.
3. <밀양>과 비교해서도 훨씬 구도가 간략하고, 극도로 일상적인 배경과 소재에도 초점이 아주 또렷하게 잡혀 있어서 더 힘있는 작품이라고 본다.

2008
Zack and Miri Make a Porno
Kevin Smith
연출 ★★ / 각본 ★★ / 연기 ★★★ / 미술음악 ★★ / 전위 ★★

1. 별로 볼 필요는 없는 작품. Seth Rogan은 평소의 매력에 훨씬 못 미치고, 다른 배우들도 각본도 몸개그도 그저 그런 수준이다. 십 분에 한 번 정도 웃을 수 있다. 물론 형편없는 수준은 아니지만 웃긴 영화 찾으면 워낙 많으니까 이 정도론 약하지 않은지…….
2. 명색이 제목에 처음으로 포르노라고 썼다는 영화이고 홍보 과정에서도 그 때문에 매우 억울한 독립영화같은 척을 했기에 그만한 특별함이 있을 줄 알았건만 파격적이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주변 공식을 죄다 답습하는 수준이다. Justin Long의 까메오 출연 부분만 보면 되는데 이건 유투브에 있다.

2007
Boy A
John Crowley
연출 ★★★★ / 각본 ★★★ / 연기 ★★★★ / 미술음악 ★★★★ / 전위 ★★★

1. 반면 이것은 눈 나오게 잘 만들지는 않았어도 볼 만한 영화이다. 우선 원작인 책과 관련 사건의 내용이 흥미롭고 그것을 각색한 방식도 나쁘지 않다. 주인공처럼 아동스런 촬영과 편집도 돋보인다. 마지막으로 주인공 Andrew Garfield와 주요 조연 Peter Mullan의 연기가 훌륭하다. (Garfield는 훌륭한 스파이더맨이 될 것 같다.) 음악 역시 아주 좋다.
2. 감독이 연극 쪽 출신인 것, 특히 더블린에서 연극을 했던 기운이 영화에 잘 드러나 있다. 아일랜드 현대극에 흔한 질문들(예를 들어 과거와 현재, 고향과 타지에 대한 것)과 특유의 연출양식이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특히 보인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은 영화에서 보기엔 조금 민망한 만남이었다.

2004
I ♥ Huckabees
David O. Russell
연출 ★★★ / 각본 ★★★★ / 연기 ★★★ / 미술음악 ★★★ / 전위 ★★★★

1. 이것은 인문사회 고학년생들이 커피집에 자리 차지하고 앉아 초대가수가 시끄럽다고 불평하면서 나누었을 것 같은 기초생활철학을 고스란히 영화로 만든 영화이다. 그냥 이 점에 집중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한층 더 미친 영화로 만들었으면 길이길이 남았을 텐데여기에 철학과 심리학을 지나치게 혼동하여 극적인 해방구 형식으로 마무리한 것은 안타깝다.
2. Jason Schwartsman은 언제나 즐겁고 Jude LawNaomi Watts는 조금 어색해서 더 웃긴 역을 맡아 무난하고 재밌었다. 나온다고 해서 기대했던 Isabelle Huppert는 그냥 프랑스여자 역이 필요해서 데려다 놓은 거였지만 존재감은 있었다.
3. 밤에 혼자 이런저런 생각하다가 「어 혹시 이런 게 철학은 아닐까?」싶은 적이 있었다면 재미있을 작품. 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 좋아해도 좋을 수도 있겠다.

2010 영화 본 거 7

2010
Inception
Christopher Nolan
연출 ★★★★ / 각본 ★★★ / 연기 ★★★★ / 미술음악 ★★★ / 전위 ★★

1. 올해 초 런던에 간 첫 날 숙소 진입실패로 길 잃고 험한 Vauxhall 헤매이던 중에 지하철 벽에서 티저 벽보를 처음 보고 출연진에 놀라 봐야겠다 하고 있었는데 그 뒤에 예고편을 보고, 개봉직후 주변 사나이 친구들의 엄청난 앞뒤없는 찬사 때문에 보고 싶은 마음이 가시었다. 그러나 결국 서울에 돌아와 개봉 몇 주차가 되어서야 가족들과 함께 보았는데, 돈을 많이 들여 부족한 부분을 훌륭하게 감추고 예쁜 구석을 극대화해 보여준 표준적인 괜찮은 영화였다.
2. 줄거리(plot)과 이야기(story) 사이의 간극이 많이 느껴지는 영화다. 한편 통속적인 공상에서 취한 상상을 설정으로 삼아 그 설정으로 극을 짜 본 전형적인 공상과학 그 이상 멀리 가지는 못했다. 설정 하나로 버틴 것은 분명히 대견한 일이다. 꿈 안의 꿈으로 들어갈수록 주인공만 위험해지는 것이 아니라 영화 전체의 안정성도 크게 흔들릴 수 있는 것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놓고 지루할 틈은 없었으니……. 쓸쓸하고 좀 허무한 적은 있었지만.
3. 그러나 결국에 이 영화가 엄청난 사랑을 받고 나름 똑똑한 사람들에 의해 최고로 재미있는 영화로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서 은막 대 관객으로 떨어지는 재미라는 게 과연 여러 종류일 수 있구나, 전통적인 의미에서 영화적인 재미를 주거나 그걸 깨는 재미를 주거나 아니면 이 영화처럼 수도쿠스러운 제 3의 매체적인 재미를 주거나 관객이 좋아라 하는 건 그게 어떤 종류의 재미인지와는 관계없다는 것을 본다. 이 영화가 영리한 영화라고 말하는 게 틀린 것 같지는 않다. 감독을 알고, 기본 설정을 알고, 영어를 알면 (자막으로 다 알아먹기엔 대사가 너무 길더라) 정말 보통사람이 딱 ‘머리 살짝 썼다’고 느낄 정도에서 계속 반복하는 수준의 가벼운 두뇌놀이이기 때문이다. The Matrix에서처럼 숨이 막힐 정도로 열린 세계도 아니고 한계가 빤히 보이는 Bernard Werber 류의 간단한 싸이파이인데 「관객님, 당신은 지금 머리를 쓰셨습니다」라고 쉴새없이 인지시키는 주문이 유효. Avatar가 「관객님, 당신은 지금 엄청난 상상을 하셨습니다」라고 했던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구십 프로의 일반 관객들(덜 똑똑한이 아니라 덜 지기 싫어하는, 즉 영화에 대한 시네마 내적인 기대보다는 텔레비전보다 큰 화면을 찾아 온)에게 능동성의 환상을 주니까. 잘 팔리는 게임의 제일덕목인데 잘 나가는 영화에서 먹히지 않을 이유도 없다. 이 밖의 여러 갈래의 인생 이야기, 사랑이나 부자의 정, 우정 등은 그냥 찾을 수 있는 곳에 조금 덧그려진 정도. 아내가 죽거나 아이들을 볼 수 없거나 아버지가 죽어가는 등의 복잡한 감정인 인간 묘사에 턱없이 인색하긴 하였다.
4. 가장 기대했던 배우는 Cillian MurphyJoseph Gordon-Levitt이었는데, 둘 다 나머지보다 좀 더 괜찮은 정도였지 딱히 우월하지는 않았다. Murphy는 영화를 조금만 더 잘 골랐으면 하는 바람……. Leonardo DiCaprio는 연기야 뭐 좋았지만 인물 자체가 너무 폭이 좁고 단편적으로 되어 있어 별로 명연기를 볼 기회가 아니었고 이것은 켄 와타나베나 Marion Cotillard, Tom Hardy 역시 마찬가지였다. Ellen Page는 이게 특히 심해서 연기가 어떻다고 하기 이전에 영화에 꼭두각시로, 옛날 버전 오피스 구석에 뜨던 안내하는 클립 모양 캐릭터처럼 이러쿵저러쿵 설명해 주는 역으로 서 있는 것 같다. 「아니, 그러니까 당신 말은 이게 내 꿈이고 이 안의 규칙은 이러이러하고 이 규칙을 깨면 이러이러하다는 말이에요?」
5. 영화에서 특히 마음에 드는 것들로 마무리하자면 영화에 많이 나올 수록 좋은 Non, je ne regrette rienCotillard의 얼굴과 함께 나온 것, 추락중에 공중에 손발이 뜬 주인공들의 표정, 그리고 맨 마지막 장면.
6. 꿈이란 또다른 현실이 아니다. 꿈을 설계한다는 것은 허망한데 당연히 현실적으로 안된다는 말이 아니라 감정적으로 우리가 느끼는 꿈이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이다. 꿈에서는 놀이규칙이 통하지 않는다. 현실 자체를 갖고 도박을 벌인 The Matrix에 오히려 마음이 동했던 게 그래서이다. 꿈은 Buñuel이나 Gondry와 같은 이들의 렌즈로 보는 것이 더 실감난다고 생각한다. 이 사람은 너무 말똥말똥해…….

2010
Toy Story 3
Lee Unkrich
연출 ★★★★★ / 각본 ★★★★ / 연기 ★★★★ / 미술음악 ★★★★★ / 전위 ★★★★

1. 기대를 이렇게까지 처 해댔는데도 모자라지 않았다. 얼마나 기대를 했느냐면 1편 2편을 이어 내리보고 나서 극장에 갔는데……. 다들 명작으로 치켜세우는 2편의 경우에도 개봉 당시에 어린이된 입장에서 그렇게까지 열광하지는 않았다. 당시 나는 디즈니의 2D 애니메이션에 아직도 깊이 빠져있는 상태였고 같은 해 개봉한 Tarzan에 너무나 매료되었었다. 그러나 2년 후 Monsters Inc.에서 본격적으로 픽사의 작품을 기다리게 되었고 그 뒤로 대부분의 작품들에 만족하면서 Toy Story 3는 마치 나도 목 빠지게 십 년을 기다려 온 것만 같은 그런 작품이 되었던 것이다.
2. Toy Story가 방에 사는 장난감들의 시야에서 매 편마다 세상을 넓혀 온 것과 줄거

2010 영화 본 거 5

2010
Tournée
Mathieu Amalric
연출 ★★★★ / 각본 ★★★ / 연기 ★★★★★ / 미술음악 ★★★★★ / 전위 ★★★

1. 관람 순서와는 다르지만 이걸 위에 놓는 이유는 올해 최고의 포스터이기 때문이다. 일러스트레이션은 Christophe Blain이란 자의 것인데 입이 딱 벌어진다. 파리 거리의 희게 칠한 고급 옷가게 중에 큼지막히 이 포스터를 붙여 놓은 곳이 있길래 당연히 흘러간 영화인 줄 알고 찾아보았더니 개봉작이었던 것이다.
2. 감독 겸 주연 Mathieu Amalric의 연기도 무척 좋았지만, 무엇보다 여섯 명의 Neo-Burlesque(신식 통속희가극) 여배우들이 스스로를 변주한 모습이 처음부터 끝까지 감동적이었다. 이야기는 간결하고, 인물들도 깊지는 않지만 퍽 선명하고 인상적이었다. The Wrestler가 실패한 부분(멋진 연기와 연출에 불구하고 저렴한 드라마를 쓴)과 비교해 보게 된다. 화려하고 쓸쓸하고, 시끌시끌한 끝에 조용하고,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은 영화다.

2009
Soul Kitchen
Fatih Akin
연출 ★★★ / 각본 ★★★ / 연기 ★★★★ / 미술음악 ★★★ / 전위 ★★

1. 지금껏 본 독일 영화중에 비슷한 인상을 받은 작품이 없어서 그렇지 영화만 보면 아주 평범한 연출과 각본의 따뜻한 코메디다. 별 굴곡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가벼운 태도의 유쾌한 영화. 인물들의 흡입력이 약한 대신 끊임없이 새로운 상황과 주변인물을 넣어서 잔재미가 좋았다. Franceska와 같이 보고 나서 나오면서 약속한 듯 What a cute little movie!라고 했다.

2002
Adaptation
Spike Jonze
연출 ★★★★ / 각본 ★★★★★ / 연기 ★★★★ / 미술음악 ★★★★ / 전위 ★★★★

1. 이 영화는 주위에서 추천을 하도 받아왔었고, 보고 난 뒤 나 역시도 가장 많이 대화에 올린 영화 중 하나인데 그 이유는 주위에 조금이라도 창의적인 무언가를 쓰거나 만들어 봤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영화의 줄거리 및 제작과정이 일종의 공감에 의한 고문 같은 것이라는 점이다.
2. Nicholas Cage가 모든 면에서 대치되는 두 쌍둥이 형제를 맡았는데 그 중 하나가 (형인지 동생인지) 각본가 Charles Kaufman 스스로로 볼 수 있는 인물이고 다른 하나가 (동생인지 형인지) 통속적인 싸구려 글쓴이들에 대한 패러디로 뭉쳐 놓은 인물인데, 이 둘 사이의 대화(라기보다는 후자의 말을 전자가 들으며 괴로워 하는 것)가 이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고 또 어쩌면 배울 만한 점이 있는 면이 아닐까 한다. 후자의 주옥같은 병신미, 그것이 지나치려 할 때 쯤에 문득 떠오르는 「근데 전자는 뭐가 달라」 거기에서 오는 폭풍같은 자아성찰. 가끔씩 주인공의 쉴 새 없는 바깥소리가 지겨워질 때 쯤 귀신같이 시선을 돌려놓다가, 워크샵 장면에서 시원하게: 「God help you if you use voice-over in your work, my friends. God help you. 」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도 바깥소리로 시원하게: 「아, 방금 쓴 거 그거 바깥소리 아냐? 쓰면 안 되는데…….」
3. 크게 봤을 때 주된 줄거리에 해당되는 부분은 원작이자 소재인 책과 그 작가로 분한 Streep이 연관된 이야기인데, 그쪽 얼개는 차라리 이 완벽하게 쓰인 주인공 형제에게 줌을 당기고 또 그래도 없을 수는 없는 극성을 제공하는 액자 역할로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왜 쓰는 입장과 쓰여지는 입장의 두 작가가 후반부에서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뒤엉키는지에 대해 못마땅해하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나는 그 부분이 나쁘지 않았다. 아참 이거 지금 영화였지 하는 새삼스런 깨달음, 생각없어 보이는 액션이나 허접해 뵐 수 있는 전개에도 뒤에 생각이 있으면, 관객의 태도를 주물러놓은 상태라면 얼마나 신선할 수 있는가를 선 보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2010 영화 본 거 4

2003
Big Fish
Tim Burton
연출 ★★★ / 각본 ★★ / 연기 ★★★ / 미술음악 ★★★★ / 전위 ★★

1. 장면들을 해체해서 따로 잉크젯전용지에 뽑아서 벽에 걸어 놓으면 예쁘고 감각있어 보이기는 할 것 같다. 세부사항은 매력적이지만 중추적인 감성이 흔해빠진 전형적인 팀 버튼
2. 그런데, 요사이 팀 버튼의 최근작만 연거푸 보면서 그냥 딱 끊어 싫어져 버리려고 하려던 참에, 이걸 보니까 이 사람이 진정성이 없어서 이러는 건 아니다 싶은 생각은 들었다. 왜냐하면 감독 본인의 아버지를 잃은 기억이 영화에 평행으로 작용했다고 들었는데 그 정도로 이 감정적 주제에 개인적으로 기대어 있으면서도 이 정도로 빈약한 이야기 구조밖에 꺼내어놓지 못한다는 점에서 그의 약점이 너무나 인간적으로 여지없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점을 받아들이고 나니 즐거운 부속품들, 즉 몇몇 매력적인 인물 디자인이나 화려하게 폭발하는 목가적인 장면들, 온갖 화면장난이 만발하는 서커스 연출 등을 더 마음놓고 즐길 수 있었다.
3. McGregor도 힘이 부쳤고, Bonham Carter도 기대 이하였고, Albert Finney가 가장 괜찮았고, Billy Crudup은 기억에 전혀 남지 않았다. 아, Steve Buscemi는 훌륭했다.

1964
Stanley Kubrick
Dr. Strangelove
Or How I Learned to Stop Worrying and Love the Bomb
연출 ★★★★★ / 각본 ★★★★ / 연기 ★★★★★ / 미술음악 ★★★★★ / 전위 ★★★★

1. 한 순간도 쉬지 않고 공격을 날리는, 지금 봐도 무섭고 슬프고 섹시하게 웃기는 날 선 걸작. 줄거리도 인물도 명대사도 명장면도 숱하게 봐 왔지만 과연 이름날 까닭이 있는 것이었단 말밖에… 그의 영화를 더 보고 와서 얘기해야 옳겠으나 당장 2001 A Space Odyssey와 대어도 이쪽에 더 감동받았다. 어떻게 이렇게 꽉 들어차게 만들고도 여유있어 보일까?
2. 다른 모든 점이 우러러 볼 만하다고 치고 음악만 보아도 When Johnny Comes Marching HomeWe’ll Meet Again처럼 눈물나는 곳이 많았다.
3.「Gentlemen, you can’t fight in here! This is the War Room.」 이처럼 말이 필요없는 작품들 때문에 결정적으로 영화 본 거에 대해 쓰는 걸 몇 달간 삼가 왔었던 것이다.

1992
Quentin Tarantino
Reservoir Dogs
연출 ★★★★ / 각본 ★★★ / 연기 ★★★★ / 미술음악 ★★★ / 전위 ★★★

1. Inglourious Basterds까지 타란티노의 영화를 보지 않고 있었다가 하나씩 보려고 가장 처음 빌려 본 것이 본 데뷔작이다. 최신작과 나란히 놓고 보니 훨씬 덜 흥미진진한 영화였음은 분명하지만, 자신감 내지는 변명없이 깔끔한 뻔뻔함은 처음부터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좀 더 의미있는 건 별로 잃은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2. 영화 전체보다는 부분부분에 더 집중하고 싶은 작품이다. 각본의 경우 큰 얼개는 곧장 매력적이다. 구조에서 바로 껄렁한 태도가 드러나니 적절하다. 그걸 채우는 말들은 촌철살인과는 멀지만 하도 얼버무린 싸구려 대사를 쉴 새 없이 치니까 뭉뚱그려서 점묘적으로 매력적이다. 연출을 거치고 난 이 영화는 무지하게도 관객에 신경 쓰는 것 같고 그게 또 대접받는 기분이라 좋다. (「Was that as good for you as it was for me?」) 주인공이 고개만 딱 돌려서 제4벽을 응시하고 강의를 늘어놓아도 우리를 의식한다는 게 느껴지지 않는 영화도 있는데 이 작품은 참 효율적이다.


본 지 몇 달 지나서 하려니 기억이 좀 뻑뻑하다. 올리는 건 본 순서에 따라 적당히 묶은 것이고 종전처럼 관람한 달에 따라 자른 건 아니다.

2010 영화 본 거 3

1975
Monty Python and the Holy Grail
감독 Terry Gilliam, Terry Jones. With Graham Chapman, John Cleese, Eric Idle
연출 5 / 각본 4 / 연기 4 / 섭외 4 / 미술음악 5 / 전위 5
1. 뒤로 넘어갈 정도인 metafictional 희극, 아주 치열하게 속을 비운 둘도 없는 작품
2. 몬티 파이톤식 개그란 어떤 것인지 영화를 안 봤어도 뻔히 알도록 친숙하기는 했지만 웃겨서 훌륭한 영화가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훌륭해서 웃긴 영화다. 스스로를 포함한 모든 것을 상대로 깝죽거리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닌데 모든 면에서 그 노력을 멈추지 않는 참으로 모범적인 영화다. 이 태도가 그토록 신기원적인 것이었기 때문에 지금 보아도 낡은 걸 몰랐던 것이다.
3. 허름하고 허접한 매력에 빛나는 작품이면서도 연기나 대사, 음악 등에서는 전혀 모자람이 없이 우수했다. 이런 기본적인 말을 이 영화에 덧붙이기는 좀 그렇지만, 생각 없이 따라다니며 웃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은 제대로 한 방 두뇌 필요한 일이다. 생각 없이 만든 영화와는 이렇게 다르다.
2010
Alice in Wonderland
감독 Tim Burton
연출 2 / 각본 1 / 연기 3 / 섭외 4 / 미술음악 4 / 전위 2
1.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옮긴 작품을 접할 때에는 원작의 매력이 충분하고 남기 때문에 상상력이나 구현이 좀 모자라더라도 중간은 하겠지 하는 마음이다. 게다가 Burton은 귀엽게 기이한 감각상 적임자라는 생각까지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중간만 가기는커녕 적극적으로 원작의 매력을 물거품처럼 터뜨려 없앤 괘씸한 영화이다.
2. 가장 큰 문제는—이건 실수가 아니라 그가 공공연히 정해서 따른 방향인데—원작에 깃든 무의미성과 광기를 걷어내고 그 속의 인간성을 되찾겠다느니 하는 이런 허튼태도로 각본을 쓰고 또 배우들도 그런 태도로 연기했다는 점이다. 그럴싸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인간성이라는 게 사람이 꿈꾸는 데는 이유가 있고 사람이 미친 데는 상처가 있으며 모든 모험에는 교훈이 있다는 그런 심리학적 뻘짓이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캐롤의 세계를 완전히 무너뜨려 나니아를 만든 꼴이 되었다. 실제로 2005년과 2008년의 나니아 연대기 디즈니 영화들과 별 다를 것 없는 영화다. 미친 세상에선 미치광이가 현자라는 그런 낡아빠진 느낌을 배경음악 크레센도로 웅장하게 만들려 애쓴, 실패한 영화이다.
3. 2년 전쯤인가 섭외 소식을 듣고 또 미술 관련한 이미지들을 보았을 때에 꽤 즐거웠는데 딱 그 정도가 다였다. 미술만 놓고 보면 붉은 여왕이 가장 잘 되었고, 그 다음이 하얀 여왕, 나머지는 그저 그렇거나 (앨리스, Tweedledee Tweedledum, Cheshire Cat, Caterpillar) 한심한 수준(Mad Hatter, Jabberwock, Knave of Hearts)에 머물렀다. 간간히 꽤 즐겁고 요상한 이미지들이 보이기는 하지만 소품에 머물렀다.
4. Depp의 연기는 평소 잘 하던 그런 양식에 머물면서 아주 충실히 감독의 잘못된 태도를 따랐기 때문에 비슷하게 거슬리고 별 볼 일 없다. Helena Bonham Carter는 무난하고 아이다운 여왕을 보여주었으나 좀 더 미쳤어도 좋았다. 제일 기대 안 했던 Anne Hathaway는 평균 이상이었다. 주인공 Mia Wasikowska는 외모로나 연기로나 모자랐다.
5. 원작은 그렇다치고 1951년 디즈니 만화영화의 음산하고 활기찬 느낌에도 훨씬 못 미치는 졸작이 나왔다는 것은 큰 실망이다. 앨리스로부터 나온 최고 걸작인 Alice : Něco z Alenky(1988, Jan Švankmajer)는 Burton에게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 분명한데 그는 왜 이렇게 잘못 이해했을까.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때는 오히려 원작에 없던 매력을 끌어와 미치광이처럼 보여준 것을 높게 평가했건만 이 작품 본디의 매력은 감당 못 했는지 좋은 가지를 다 쳐 내 버렸다. 이상한 나라인데 아무도 미치지 않았다. 런던에서 보고 나서 슬프고 눈 아팠다.
2009
Away We Go
감독 Sam Mendes
연출 3 / 각본 4 / 연기 4 / 섭외 4 / 미술음악 3 / 전위 3
1. 조연들이 특히 돋보이는 밝고 잔잔하고 웃긴 영화.
2. 갑작스런 여행을 통해 사랑을 확인하는 진부한 주제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러우면서도 자로 잰 듯 거의 우화처럼 구조가 딱 잡힌 각본이 힘을 더했다. 이미 꽤 웃기는 두 배우(Maya Rudolph, John Krasinski)들을 은은하게 잘 누그러뜨려 중심을 잡은 대신 주변 인물들을 세게 돌려서 큰 웃음 준다. 그 가운데 단연 최고는 Maggie Gyllenhaal로, 히피 유기농 요가 어머니를 완벽하게 표현했다.
3. 워낙 전개의 방향성이 뚜렷하다 보니까 결말이 좀 불충분한 느낌도 든다. 전반적으로 음악이 좋기는 했는데 조금만 아껴서 썼으면 더 와닿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Revolutionary Road가 좋았던 이유 중 하나가 그런 부분을 잘 다뤘기 때문이었기도 해서..
1988
Mujeres Al Borde De Un Ataque De Nervios
감독 Pedro Almodóvar
연출 5 / 각본 4 / 연기 4 / 섭외 5 / 미술음악 5 / 전위 4
1. 별것도 아닌데 처음부터 끝까지 끝내주게 몰입되는 형형색색 아줌마 소극(笑劇). 몇십년 전 헐리우드 farce가 생각나는 얽히고 설킨 각본인데 인물들을 몇 초만에 딱 살려내는 생생함이 탁월하다.
2. 미술과 음악은 완벽하다. 몇몇 장면의 화각과 동선은 정말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아름답다.
3. 내가 본 Almodó
var
의 영화 가운데 그가 여성을 다루는 전반적인 태도가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었던 것 같다. 그것은 분명 애정어리고 의미심장하지만 피할 수 없이 반(半)근대적인 여권주의이다. 즉 신경쇠약 직전의 상태는 여성 전반에 해당하고 종반에 따뜻하게 치켜세워주기 전까지는 다채롭고 충동적인 통속극적 인물들에 머문다. 그것이 매력이고 또 한계였던 것 같다.
1977
Cet obscur objet du désir
감독 Luis Buñuel
연출 5 / 각본 4 / 연기 4 / 섭외 5 / 미술음악 4 / 전위 4
1. 두 걸작(Le charme discret de la bourgeoisieLe fantôme de la liberté)을 본 뒤 다 봐 버리면 낙이 없을 것 같아서 아껴 두고 있었던 작품인 이 영화는 그 두 작품만큼은 아니었지만 역시 좋았다.
2. 반현실주의적 매력이 덜한 대신 이 작품은 애정 안의 심리-정치-성적 미치겠음을 굉장히 또렷하고 그래서 짜증나게 표현하였다. 두 여배우(Ángela MolinaCarole Bouquet를 한 역에 쓴 것은 왜 다들 그렇게 안 하는지 궁금해질 정도로 현명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어쨌든 어떤 상황의 욕망을 표현하던지간에 Buñuel은 특유의 유머가 워낙 효과적이기 때문에 쉽고 편하게 볼 수 있다. 어쨌든 이것은 좋은 영화이다.

2010 영화 본 거 2

2001
Zoolander
감독 Ben Stiller / 제작 Village Roadshow Pictures
연출 4 / 각본 3 / 연기 4 / 미술음악 4 / 전위 4
1. 아직 안 봤다고 할 때마다 주위에서 너무 구박을 받아서 찾아 볼 수 밖에 없었다. 결과는 : 그간 봐 왔던 레임주의 영화들이 뭘 하려고 했는지 이제 알 것 같다는 것. 중요한 작품이다.
2. 요새 너무 안 웃기는 Ben Stiller, 항상 어느 정도만 웃기는 Will Farrell, 참 마음 한 켠 짠하게 웃기는 Owen Wilson 등 전부 좋았고 특히 Farrell이 가장 돋보였다. 쓸 데 없는 스타들이 잔뜩 나오는 건 좀 별로.
3. 병신 같은 것을 잘 소화한 영화지만 방식이 너무 뻔한 까닭에 곳곳에서 힘이 좀 달리기는 하다. 특히 고향 탄광촌 부분이나 결투 장면 등. 이런 부류의 영화가 안 웃긴 사람 마음을 돌려 놓을 정도의 뭔가가 있는 영화는 아니고 그냥 이런 류의 영화 중 딱 하나만 봐야겠다면 좋은 선택일 것 같다.

2002
Catch Me If You Can
감독 Stephen Spielberg / 제작 Amblin Entertainment
연출 4 / 각본 4 / 연기 4 / 미술음악 4 / 전위 3
1. 「나는 걸작이로소이다」 같은 느낌 없이 깨끗하고 신속하고 부드럽게 만들어 보기 참 좋은 귀여운 영화. 단점은 너무 매끈하게 빚어 놓아 별 생각할 구석이 없고 좀 공산품 같다는 것
2. 사기꾼 만드는 과정이 워낙 재미있는 영화라 다 만들고 나서 잠시 시간이 좀 천천히 가는데 (Mrs. Doubtfire 류) 그래도 얘기가 비교적 깔끔하게 매듭지어져서 보기에 좋았다.
3. 당연하게도 DiCaprio가 왕 돋보였다. Hanks는 그냥 무난한 기분이었다. 어쨌건 둘 다 힘을 빼니까 훨씬 보기에 좋았다. 특히 난 Hanks가 무게 잡는 걸 좀 못 보겠어서

1961
Breakfast at Tiffany’s
감독 Blake Edwards / 제작 Jurow-Shepherd
연출 3 / 각본 3 / 연기 4 / 미술음악 3 / 전위 3
1. 열 살 때인가 봤는데 그 땐 끝까지 못 봤던 것 같다. 결말이 기억에 없어.. 뉴욕에 있을 때에는 차마 다시 볼 수가 없었던 영화지만 나오니까 보게 됐다. 딴 것보다 여기 테이크아웃 커피가 없다보니 예전에 하던 것처럼 아침 수업 가면서 크로아상이랑 커피 먹고 싶어라.. 이름 없는 고양이도 갖고 싶고
2. Hepburn은 그 때도 이뻤고 지금도 이뻤고 그냥 이뻤다. 근데 그녀가 그렇게 이쁘지 않았으면 정말 대체 아무것도 안 되었을 영화라는 게 이젠 보여서 좀 슬프기도 했다.
3. 검은 드레스나 귤색 코트 같은 이미지는 지금 봐도 참 잘했다.

1993
Dazed & Confused
감독 Richard Linklater / 제작 Alphaville Films
연출 4 / 각본 5 / 연기 4 / 미술음악 5 / 전위 4
1. 시야가 무척 또렷하고 말짱하지만 그렇다고 전혀 낭만적이지 않은 것도 아닌, 시끌시끌하지만 고요한 것 같기도 한 작품
2. 육칠십년대 미국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많은 영화들이 공통으로 가진 어떤 반항이나 자유에 대한 환상을 뚫고 그 밑에 있는, 똑같이 신나긴 하지만 결국엔 한심하거나 슬프거나 덧없는 그런 당연한 현실을 살짝만 드러내는 아주 특별한 영화다. 음악이 죽인다.
3. Ben Affleck의 연기가 아주 훌륭했다 라고 말하게 될 줄 정말 몰랐는데.. 유명하다시피 Matthew McConaughey, Adam Goldberg, Anthony Rapp등 친숙한 배우가 잔뜩 나오고 전반적으로 다들 좋았다.

2010 영화 본 거 1

1963
Le mépris
감독 Jean-Luc Godard / 제작 Les Films Concordia
연출 3 / 각본 4 / 연기 3 / 미술음악 4 / 전위 3
1. 감독과 작가에 대한 영화이고 영화에 대한 얘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이 나오지만 희안하게도 진심이 아닌 것 같은 영화다. 바르도가 먹어버린 것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간단히 말해버리긴 싫지만 돈이 들어가니 김이 빠져버렸다. 스스로도 속물의 제작을 다룬 영화이기 때문에 약간 자해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겉은 속 없이 천연색으로, 간단하고 지루하며 이것저것 묻어나는 작품.
2. 테크니컬러로 그린 미술(특히 극중 ‘오디세이’)이 무지하게 곱다. 반복되는 음악은 달콤한 것이 따분해지고 결국에는 혐오스러워지는 과정을 너무나 잘 지휘한다.
3. 투정이지만, 배우들 매력이 너무 없다. 카리나가 부리는 투정과 바르도가 부리는 투정은 이렇게 다르다. 물론 그것은 근심없는 젊은 영화광과 이별을 변명하려는 다 큰 감독님 사이의 간극만큼이나 근본적인 차이이다. 후회가 들어 있는 영화라 애정이 가지만 걸작은 아니었다.

2009
Antichrist
감독 Lars Von Trier / 제작 Zentropa
연출 4 / 각본 3 / 연기 4 / 미술음악 4 / 전위 4
1. 간단명료하고 부드러운 악의로 꽉 찬 조용하고 시적인 작품
2. Lars Von Trier는 배우를, 관객을, 혹은 시선 자체를 상대로 다소 가학성향을 보이는데 어떻게 보면 이번 영화는 그러한 자신의 세평에 대한 응답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저 가학성향이란 것이 이번 영화에서만큼 글자그대로였던 적이 없기 때문에 작품활동의 흐름에서 대단한 날좀보소가 느껴진다.
3. Richard Foreman의 연극에서도 확실히 느꼈듯이 Dafoe는 정말 스스로를 내어 놓는 배우가 아닌가 한다.

1963
La Boulangère
de Monceau

감독 Éric Rohmer / 제작 Les Films du Losange
연출 4 / 각본 5 / 연기 4 / 미술음악 3 / 전위 4
1. Six contes moraux (여섯 훈화) 중 가장 유명한 단편. 서운한 교훈을 간략히 그려낸 작품. 재밌다.
2. 야심 없는 각본이지만 렌즈를 최대한 투명히 하는 방식으로 힘이 많이 실린다. 사람 마음을 그대로 담아낸 것 같아 고개 끄덕여지는 작품이다.
또 한편으로는 여성을 다루는 방식이 타 la nouvelle vague 감독들과 비교해 좀 더 현실적인 것이 좋았다. 겉멋을 좋아하지만 깨끗한 느낌도 나쁘지는 않았다. 특히 같은 해의 le Mépris를 보고 바로 보니…
3. 결국 나는 공식적으로 신파(新派)를 역사로 아는 세대가 되었다.

1971
Les deux Anglaises et le continent
감독 François Truffaut / 제작 Les Films du Carrosse
연출 4 / 각본 5 / 연기 4 / 미술음악 3 / 전위 3
1. 트뤼포에 대해서는 한 두세 편 더 봐야 마음을 정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Jean-Pierre Lèaud에 대해서는 대강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것은 맥없고 가볍지만 어쨌든 좋다이다. 그리고 이 쯤의 Lèaud의 얼굴은 알쏭달쏭한 시간을 표현하기 아주 좋았다.
2. Jules et Jim을 뒤집은 관계로 보면 된다. 조심스럽게 사랑하는 실수에 대한 되게 씁쓸한 이야기인데 호흡이 느리고 말이 굉장히 많아서 좀 복장 터질 수도 있지만 그것 때문에 후반 소규모 폭발에 신빙성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