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안 죽는 삶

나는 추석에 어디 안 갔다.

어쩌다 보니 이번 추석은 조촐하게 우리 가족끼리만 보내게 되었다. 추석 전날에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보러 갔다. 할머니는 어디가 아픈지도 모를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할아버지는 읽은 신문을 칼같이 접어 노끈으로 묶어 배출한다. 옆 집 할아버지 식구에요, 하니까 옆 가게 주인이 주차자리를 내 주었다. 할아버지는 대뜸 나더러 결혼을 일찍 하라고 한다. 지금 한들 할아버지 세대로 치면 일찍은 아니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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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장볼 때 많이 사는 것들을 나열한다.

뉴욕 살림 5년 했기 때문에 서울 살림도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고 나 하나 간수하면 되는 원룸 자취라 실제로도 크게 어려운 일은 없었지만, 서울에서 식단을 꾸리고 장을 보고 요리하는 건 처음이라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내 식성에 유별난 점들을 이제 스스로 잘 알기 때문에 구하기 쉽고, 만들기 쉽고, 싸고, 입맛에 맞는 식사들의 종류를 확보하는 데 가장 재조정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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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들이 궁금하다.

남들이 궁금하다.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남들은 일상 속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사소한 일로 화가 날 때 어떻게 다스리는지. ‘내가 더 좋은 사람 되면 되지’ 같은 최면이 먹히지 않을 때에 어떻게 생각을 낭떠러지 끝에서 돌려세우는지. 고민 덩어리가 부풀거나 썪지 않게 하려면 어디에 보관하는지. 해소법이 궁금하다.

원래 난 남들이 어떻게 사는지 큰 관심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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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동산이라는 것에 관심이 없을 수가 없어졌다.

용산에 6개월 살면서 부동산이라는 것에 관심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었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단지가 ‘용산 미친 집값’ 뉴스에 나오더라. 박원순 시장이 싱가폴에서 용산을 이렇게, 여의도를 이렇게 말하니 빨간 선이 즉각 움직이더라. 왜 약국도 없는 단지에 공인중개사는 세 군데씩 있는지 이제 알겠다.

씨니컬한 관심만 생긴 것은 아니다. 월세를 내기 위해 월 단위로 돈을 관리하며 사는 데 워낙 익숙하다 보니 다른 형태의 주거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참 없었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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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순천만 전망대에서 누워 있었다.

여수에서 묵기는 했지만 순천만이 진정한 목적지였다. 여름이 분명히 갈 것 같은데 가지 않고 앉아서 끓고 있는 주말에 휴가 이틀을 붙였다. 사실 여행은 주말만 이용했지만 여행 뒤에도 쉴 날이 남아 있으니까 비로소 놀 힘이 났다. 최근에 피로가 누적되어 일터에서 작은 일에도 감정적으로 변하는 나를 보면서 쉬는 것 말고는 대책이 없다는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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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차피 농담이라고 생각한다.

나와는 전혀 다른, 심지어 나로서는 어떤 것인지 정확히 파악하기도 어려운 방식으로 현실을 감지하는 사람 덕분에 최근에 나의 세상-겪기가 무척 새로웠다.

지금까지 나를 드러내고 나의 기준을 신경쓰는 사람들로 내 주변을 채워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맞지 않는 사람들은 자동으로 걸러지는 피드백 루프를 만들어 왔다는 것. 특히 소셜 미디어 등에서 이름이 나고 나의 생각과 코드를 좋아하는 사람들로 주변이 만들어지면서부터는 더욱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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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스토크 매거진 10호 《Urban Space: 도시건축탐험》에 글을 보탰다.

보스토크 매거진 10호 《Urban Space: 도시건축탐험》에 보탠 글의 제목은 〈내 도시 공부법〉이다. 이제 삼 년째 살면서 알아가고 있는 서울을 바탕으로, 한 도시를 공부하기 위해 택할 수 있는 공부법 다섯 가지를 나열한 가벼운 에세이다. 다섯 가지 공부법은 다음과 같다:

  1. 높은 곳에 올라간다
  2. 지칠 때까지 걷는다
  3. 어머니의 기억과 견준다
  4. 데이팅 앱을 켠다
  5. 머리를 자른다

편집부에서 보내주신 따끈따끈한 10호를 감사히 받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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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울퀴어문화축제가 끝나고 앓아누웠다.

우리는 M을 찾고 있었다. 두 번째 트럭 뒤에 있다고 해서 열심히 걸어 여섯 번째 트럭부터 따라잡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호리호리한 실루엣의 M이 세상에서 제일 튀는 까만 시스루 드레스를 입었다고 해서 바로 찾을 줄 알았건만. 우리는 어쨌든 노래와 구호에 맞춰 어깨를 씰룩이며 걸었다. 행진이 종로에서 안국 방향으로 방향을 틀 때쯤, 갑자기 머리가 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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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친구들이 결혼했다.

캐롤과 잭슨이 대구에서 결혼을 했다. 지난 10년 동안 나와 행복한 추억들을 가장 많이 만든 친구 중 둘이 서로에게 시집 장가를 간 것이다. 작년 연말에 둘이 서울을 방문했을 때, 개인적인 일로 풀 죽어 있던 나에게 결혼 소식으로 큰 기쁨을 안기고 갔다. 신도시에서 밤 늦게까지 춤추며 축하했다.

캐롤은 뉴욕에서 나고 자란 교포지만 한가닥하는 대구 가문 출신이라 대구 결혼식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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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동 중에 먹는다.

탈것 안에서 먹을 것을 고르는 일을 신중하게 접근한다. 비행기에서는 보통 짭잘한 토마토 주스를 짭짤한 견과류(캐슈가 좋다)랑 같이 먹은 다음, 녹차를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비행 중에 커피나 알콜은 잘 마시지 않는다. 쿠알라 룸프르에 가는 에어아시아 항공편은 워낙 저가여서 물도 따로 구매해야 했다. 몇 링깃 이상을 사야지만 신용카드 결제가 되었기 때문에 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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