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돈 돈 한다.

어쩐지 주변에 돈 얘기 잘 안 하는 사람으로 인식돼 왔던 것 같다. 공부도 돈 버는 일과는 별 상관 없는 과목들로만 하기도 했고, 딱히 어떤 길로 가야 돈을 더 버는지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처럼 살아온 느낌이다. 실제 내 마음 속에도 돈이 차지하는 지분이 별로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결혼식에서 오랜만에 마주친 동창이 만나자마자 재테크 얘기를 하는 걸 보고 왜 저러나 싶어하기도 했고, 누군가 자기는 빨리 불로소득으로만 살아가고 싶다고 말한 걸 두고 두고 속으로 쯧쯧거리기도 했다. 당연히 자라온 환경과 집안 분위기 탓인데 친할아버지로부터 직계로 전해 오는 ‘돈보다 지식과 관직’이라는 인식이 큰 데다 친가건 외가건 사업가나 장사꾼 기질이 있는 사람이 드물었다. 유복하다고까지 하기는 어려워도 평탄한 가정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적어도 고등학교 때까지는 내 삶이 돈이란 것의 지배를 받고 있구나 하는 깊은 각인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 같다. 여기에 더해 학창 시절 자본주의 하에 노동을 수단화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들다 보니 노동의 결실이 아닌 소득이나 부에 대한 선입견이 컸다.

돈은 참 개인적인 문제다. 돈과 몸. 이 두 가지가 나의 ‘가장 개인적인 영역’의 핵심 주제어다.

그런 내가 요즘 들어 부쩍 친한 친구만 만나면 스스럼없이 돈 얘기를 한다. 작년 말쯤부터 내 개인 재무에 대한 통제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갖기 시작한 것 같다. 단순히 내 생활비 계좌 잔고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어떻게 모으고 불릴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계획을 갖고 생활하게 된 것은 이 때부터다. 이런 습관의 형성 시기가 나보다 훨씬 빠른 친구들이 있는데 그들은 보통 그런 습관이 조기에 필요해진 이유가 있더라. 나는 약간 늦었다는 생각으로 의식적으로 그런 습관을 만들려 노력했다. 그리고 올해 중반부터는 부동산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정식 부동산 투자가 손에 잡힐 듯 가까운 상황은 아니지만 서울살이를 시작한 이후 주거와 결부지어 관심이 안 생길 수 없는 영역이었다. 부동산 책 대여섯 권을 읽고, 부동산 주제들에 관련해 시각이 완전히 다른 유튜브 채널들을 비교해 본다. 증권사에 일하는 친구가 나와 한두 달에 한번씩 만나 저녁을 먹을 때마다 너 진짜 돈에 관심이 있긴 있구나? 하고 놀라곤 했다. 하긴 예전에는 기업에 다니는 친구가 내게 밥을 사 주면서 넌 돈보다는 재밌는 일에 관심이 있는 것 같다며 신기해한 적도 있었지.

사실 여전히 돈을 ‘악착같이’ 모으고 ‘깨알같이’ 불려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샘솟지는 않는다. 그러나 예전과는 달리 노동과 소득을 분리해야겠다는 마음은 생긴 상태다. 작은 자본도 자본이고 큰 급여도 결국 급여인데, 사실 자유로운 삶—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고 싶은 곳에 사는—을 위해 가장 먼저 시작해야 할 작업이 이러한 전환이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한 번도 소비적인 적이 없었고 모두 생산활동이었기 때문에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일만이 나는 재미있었으므로) 생산이라면 반드시 급여를 받는 노동일 것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이제는 급여라는 방식이 아닌 생산에 더 관심이 가는 것 같다. 물론 이런 변화는 현실적으로 하루아침에 이루는 것이 아니라 몇 년, 몇십 년에 걸쳐 일어날 지도 모른다. 여하튼, 요즘은 그런 쪽으로 돈이라는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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