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친구들이 결혼했다.

캐롤과 잭슨이 대구에서 결혼을 했다. 지난 10년 동안 나와 행복한 추억들을 가장 많이 만든 친구 중 둘이 서로에게 시집 장가를 간 것이다. 작년 연말에 둘이 서울을 방문했을 때, 개인적인 일로 풀 죽어 있던 나에게 결혼 소식으로 큰 기쁨을 안기고 갔다. 신도시에서 밤 늦게까지 춤추며 축하했다.

캐롤은 뉴욕에서 나고 자란 교포지만 한가닥하는 대구 가문 출신이라 대구 결혼식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전통혼례로 향교에서 치뤄진 결혼식에서 나는 두루마기에 갓까지 쓰고 기럭아범(나무 기러기를 신랑에게 전달해 주는 역할)과 통역을 겸했다. 벌써 두 번째 전통혼례 사회자 경력이니 레쥬메에도 반영하도록 한다. 신부 쪽 친지들도 많이 오셨지만, 영미권 여기저기서 한걸음에 달려온 친구들만 스무 명이 넘었다. 작년 추석을 이용해 뉴욕에 갔을 때에도 캐롤 생일 파티로 다 모였던 그 멤버들이 한 비행기 타고 왔다. 모건과 제니, 샬롯 등은 나처럼 신랑 신부 양쪽과 오랜 우정을 쌓은 친구들이다. 나와 제니, 그리고 제이는 바쁜 신부를 대신해 자연스럽게 서울과 대구에서 현지 가이드 역할도 했다.

한여름 대구였지만 태풍 두 개 사이에 꼭 낀 덕분에 산뜻한 고기압에 서늘할 정도의 바람이 불고, 애프터파티가 열린 수성구 옥상에서는 대리석 무늬로 지는 석양이 무척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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