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술밤 2회 보고한다.

참 오랜만에 술밤 다운 술밤이 두 밤 있었기에 보고한다.

최근에 친해진 사람들과 해방촌 내리막길 술집 밥집 서너 군데를 들르며 내려오는 코스로 먹고 마셨다. 소세지와 사워크라웃 같은 걸 주는 동사무소 앞 집에서 멀로 한 병을 마시면서 세 명 모두의 힘 빠지는 하루를 고백했다. 해가 지자 경리단길 방향으로 좀 내려와 극장간판처럼 밝게 해 놓은 집에서 재료를 마구 넣은 칵테일을 한 잔씩 하면서 부산 말씨를 쓰는 교포 바텐더에 관해 수군거렸다. 그 다음에는 미국이나 호주에 넓은 집에 얹혀 사는 누군가의 지하 거실같은 바에서 호탕하지만 어딘가 어두운 사장님으로부터 주문한 것과 다른 샷을 한 샷씩 하고, 얘기해서 제대로 된 샷도 한 샷씩 했다. 마지막으로 앉았던 곳은 손님과 적당한 만큼만 얘기하기 위해 관심 분배를 열심히 하는 바텐더가 있고 포스트모던 쥬크박스 같은 것을 틀어놓은 바였는데 여기서는 각자 원하는 종류대로 두 잔씩을 더 시켜 마셨다. 난 불릿을 얼음 없이 마셨던 것 같다.

그보다 전 일요일 새벽엔 종로에 갔다. 자정 넘은 시각에 그냥 잘까 뭘 더 할까 하고 있을 때 갑자기 급조된 자리. 역시 술자리는 갑자기 잡힐 때 더 좋다. 오랜 친구 둘이 오랜만에 만나 나누는 얘기들을 들으면서 오징어 튀김과 계란말이를 먹고, 날이 풀리니 새벽 5시까지 아무도 집에 안 가는 종로 포차 거리에 처음으로 그렇게 오래 앉아 있었다. 이런 밤은 20년, 30년 뒤에 어떻게 기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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