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영화 본 거 8

엄청 오래된 글입니다. 역사적 기록으로 다뤄주세요.


1. 시월에는 미국영화 세 편, 한국영화 두 편, 프랑스 영화 한 편을 보았다.
2. 지구를 구하는 영화 두 편, 태양을 구하는 영화 한 편, 가족의 평화를 구하는 영화 한 편, 친구를 구하는 영화 한 편, 아픈 기억을 구하는 영화 두 편을 보았다.
3. 시월의 키워드는 햇빛 :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Little Miss Sunshine, Sunshine, 밀양 (Secret Sunshine)

Wall·E
2008 Andrew Stanton

연출 ★★★★☆ / 각본 ★★★★☆
연기 ★★★☆☆ / 미술음악 ★★★★☆
전위 ★★☆☆☆
1. 픽사 영화를 보고 컴퓨터 미술을 얘기하는 것은 좀 흔해빠진 거지만, 기술적인 발전이 한 장면 한 장면마다 눈에 보일 정도이니 입이 벌어진다.
2. 쉬우면서도, 깊으면서도, 넓으면서도, 귀여우면서도, 두려우면서도, 혁신적이면서도 고전적인 참으로 신기한 작품이로다
3. 하지만 칼날같은 스타일에서는 The Incredibles가, 친근하면서도 새로운 상상력은 Monsters Inc.가 조금씩 우월하다. 제한된 움직임으로 캐릭터를 표현해 낸 것이 주된 발전
3. 이브의 캐릭터가 2%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생김새는 자칫 성의 없는 싸이파이 싸이드킥 로봇처럼 보일 수 있고 지나치게 자유로운 움직임은 살짝 별로.

Harry: un ami qui vous veut du bien (With a Friend Like Harry / Harry, He’s Here to Help)
2000 Dominik Moll

연출 ★★★☆☆ / 각본 ★★★★☆
배역 ★★★☆☆ / 연기 ★★★☆☆
미술음악 ★★★☆☆ / 전위 ★★★☆☆
1. 이번 달에 본 영화 중 가장 몰입해서 본 영화. 히치콕 매니악인 감독은 긴장감을 부풀리는 데에 일가견이 있었고 해리라는 캐릭터 스스로가 흡입력이 굉장했다.
2. 조금만 더 미쳤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3. 사실 해리가 온전히 상식에서 벗어난, 괴상하기만 할 뿐인 감정없는 캐릭터로 기대하고 보기 시작했지만 곧 그는 화도 내고 무진장 기뻐하기도 하고, 여러모로 그냥 꿈에 한 번 나온 신이나 사탄 같은 인물은 아닌 다면적인 인간이라는 것이 참으로 신선하다.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2004 Michel Gondry

연출 ★★★★☆ / 각본 ★★★☆☆
배역 ★★☆☆☆ / 연기 ★★★☆☆
미술음악 ★★★☆☆ / 전위 ★★★☆☆
1. 이 역시 주위에서 하도 보라고 재촉한 영화라 기대를 많이 했는데, 전체적으로 좋았으나 Gondry에 대한 나의 높은 평가를 더 높이지는 않았다.
2. Jim Carrey가 자주 맡는 종류의 역할이라 친숙하다. 대개 주인공은 낙천적이고 농담을 잘 하지만 사실은 자신이 모르는 어떤 큰 힘(시스템)에 굴복해야만 한다. 그 힘은 거대한 프로덕션이거나, 신이거나, 기억이거나 한다.
3. Kate Winslet은 돋보이게 매력적이지는 않았지만 캐릭터를 잘 표현했다.
4. 카메라워크 측면에서는 참신한 점이 많았지만 (예상한 바였지만) 연출 자체가 특히 새롭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Gondry이다 보니 연출을 어떻게 하고 있나에 대해서 지나치게 신경을 쓰며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지구를 지켜라
2003 장준환
연출 ★★★★☆ / 각본 ★★★☆☆
배역 ★★★☆☆ / 연기 ★★★★☆
미술음악 ★★★☆☆ / 전위 ★★★★☆
1. 항상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을 알면 사람들이 <지구를 지켜라>를 무지 좋아하겠네 물어봤다. 몇 년 간 「영화사상 가장 저평가된..」 따위의 수식어와 결부지어져 머리속에 돌아다니는 동안 기대감은 구름을 뚫고 슝슝 하였다. 당연하게도 보고 나니 「좋았긴 좋았는데…」스러운 복잡한 심정이 되었다.
2. 신하균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배우 중 한 명이고 이 영화에서 평균 이상을 또 보여 주었기 때문에 만족스러웠는데, 백윤식은 그 이상으로 좀 짱이었다. 대체로 젊은 배우들이 못 하는 것이 있는데 구리거나 병적으로 특이하거나 장난기 가득한 대사에 휘둘리지 않고 원체 자기 것인 양 뱉어내는 재간이다. 사실 양식적인 연기로 빛을 내뿜을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은 연극무대에서 경험이 풍부할수록 이러한 능력이 생기는 것 같은데, 이 영화에서 백윤식이 보여준 연기가 아주 그랬다.
3.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장난스러운 시도들과 키치적인 요소는 환장하여 반길 만한 것이었지만, 때때로 지나치게 신파적인 서브플롯 때문인지 자유로울 것 같던 영화에 자꾸 찝찝한 느낌도 끼어든다. 마지막 반전을 결정했을 때의 자유로운 패기를 연출 전반에 좀더 힘있게 밀어붙였더라면 좋았을 것을…
4. 경찰 쪽 이야기는 사실 그냥 없애버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배우 이주현을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인지도 모르지만

Little Miss Sunshine
2006 Jonathan Dayton and Valerie Faris

연출 ★★★☆☆ / 각본 ★★★☆☆
배역 ★★★★☆ / 연기 ★★★★☆
미술음악 ★★★☆☆ / 전위 ★★☆☆☆
1. 이 영화의 가장 돋보이는 점은 배우들이 무진장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Greg Kinnear와 Toni Collette는 둘 다 좋아하는 배우들인데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조화로운 연기를 보여주었다. Paul Dano는 There Will Be Blood에서 연기가 좋길래 기대하고 보았는데, 평범했지만 역시 잘 어울렸다. Steve Carell은 가장 의외이기도 했지만 이 가족의 독특함을 만드는 데에 크게 기여했다. 아역 Abigail Breslin의 연기는 놀라울 정도였다.
2. 사실 각본과 연출은 모두 평범한 중에 간간히 새로움이 엿보이는 수준이었다. 이런 식의 가족 묘사는 Royal Tenenbaums과 같은 영화에서 잘 된 적이 많았던 스타일이고 (아버지를 중심으로 불화를 깔고 부적응, 자살시도, 말 안하기 등을 뿌려넣은) 일원의 죽음을 동반한 로드트립이란 점도 장르화되다시피 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 영화가 특히 새로운 방식으로 웃기거나 어둡거나 이도 저도 아니라고 해 줄 수는 없다. 또 가끔 메시지가 지나치게 센티멘탈한 쪽으로 빠지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좋았다.
3. 포스터는 이번달 영화 중 단연 최고다.

Sunshine
2007 Danny Boyle

연출 ★★☆☆☆ / 각본 ★★☆☆☆
배역 ★☆☆☆☆ / 연기 ★★★☆☆
미술음악 ★★★☆☆ / 전위 ★☆☆☆☆
1. Trainspotting의 날카로움을 기대하고 본 것은 잘못이었다. 28 Days Later를 보았더라면 좀 기대치를 미리 조정해 놓을 수 있었을까?
2. 정말 기억에 남지 않는 밋밋한 앙상블. Cillian Murphy가 아니었으면 연기를 보는 재미가 전혀 없을 뻔 했다.
3. 이글이글한 태양의 모습이라든지, 공상과학의 현란함이 돋보일 수 있는 부분이 많았는데 전반적으로 꾸준히 과잉이다 보니 고저가 없었다.
4. 하지만 가장 문제는 낯간지러운 2차원적 각본. 개연성도 절뚝절뚝하고 판에 박힌 대사는 가끔 웃음이 나온다.
5. 소재 자체는 흥미로울 만한 것이고, 화면에 꽉 차는 태양을 구현한 컴퓨터 미술이 수준급이라 가끔씩 호흡을 가쁘게 하기도 한다.

밀양
2007 이창동
연출 ★★★★☆ / 각본 ★★★★☆
배역 ★★★☆☆ / 연기 ★★★★☆
미술음악 ★★★☆☆ / 전위 ★★☆☆☆
1. 전도연과 송강호는 모두 좋았다. 여우주연상감인지는 한국어를 아는 관객인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을 듯.
2. 들어갔다 나갔다 꿈틀대는 주제의식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3. 스포일러일지 모르겠지만 주인공이 겪은 것 중 마지막이 약간 별로였다. 은근한 영화에 튀도록 뻔한 선택이었던 듯. (이청준의 원작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그 폭력장치로 끝내버리는 것과 그것을 클라이맥스 삼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4. 하지만 심경의 변화를 기가 막히게 잡아 보여준 각본(과 연출)이 일품이다.
  1. 여랑

    신기하다. 나도 그저께 리틀미스선샤인 봤는데 ^ ^ 난 좋았음.

    (아이의 똥배가 특히………..)

    제목만 보고 디씨에서 건진거라

  2. 김괜저

    똥배는 아주 사랑스러웠어

  3. 금숲

    지구를 지켜라 나도 좋아하!!!! 면서 좀 찝집함..

  4. 김괜저

    그치요 덮어놓고 좋아하기엔 뭔가가…

  5. JEAN

    영화좀 봐야지 ㅋㅋㅋㅋ 영화보는건 너무 즐겁다 그지?

  6. 김괜저

    그러게.. 요샌 영화 보려고 일부러 시간을 내는 편이야

  7. 손톱

    < 밀양>은 외국판 포스터가 더 영화와 맞는 것 같아요, 한 번 보세요 =]

    전 선배가 공드리를 좋아하신다길래

    < 이터널 선샤인> 보고 나서 좋아하신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요

    < 수면의 과학>부터 보신 거였나요?

  8. 김괜저

    포스터 편집해서 올릴 때 나와 있는 모든 포스터들을 참고하는데.. 밀양 외국판 포스터는 컨셉은 좋은데 타이포가 꽝이더라고.
    공드리는 수면의 과학도 그렇지만 oui oui, bjork 등 뮤직비디오로 알게 된 경우.

  9. versilov

    포스터 처리는 어떻게 한건가요? ㅎㅎ 너무 멋지네요

  10. 김괜저

    포토샵으로 틀을 만들어 놓고 후다닥 돌리는 것입니다. 어렵지 않아요.

  11. NINA

    지구를 지켜라는 제가 영화를 많이 안봤던 20대 초반에 봤더라면 멋지다고 좋아했겠지만.. 이미 해외에서 몇십년전에 다 실험됐던 내용과 형식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저도 좀 찝찝하더라구요..

  12. 김괜저

    동감입니다.

  13. camus

    리틀미스선샤인 나도 얼마전에 봤는데.. 포스터에 있는 그 버스 갖고싶어 🙂 꼬마애도 연기 무지 잘하고 걔 오빠도 좋아 ㅋㅋ

  14. 김괜저

    나도 그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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