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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뉴욕이 피곤해서 좋다.

엄청 오래된 글입니다. 역사적 기록으로 다뤄주세요.

엑럽과 바롬을 만나 저녁밥을 먹고 돌아온 참인데 엑럽과 지하철에서 했던 얘기를 떠올려 이어 적는다.
어쩌면 내가 이곳을 이토록 좋아한다고 뻐기며 사는 것도 어느 정도는 보상심리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즉, 빡빡한 도시 생활이 좋다며 선택을 했으니 한가한 시골 학교에서 얻을 수 있었을 온갖 것들—고등학교 시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 말이다, 돈독한 친구와 동이 틀 때까지 온갖 잡소리를 나누는 것이나, 구름다리에 채신머리없게 드러누워 무방비로 실컷 낮잠을 자던 것들 따위—을 포기함으로서 얻는 모든 것들을 아쉽지 않게 갑절로, 온몸으로 빨아들이자는 결심에서였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저 학교를 갔으면 가끔은 후즐근한 차림으로 나가 괜시리 저렇게 나무밭을 거닐다 돌아오고, 서로가 아니면 재미있을 일이 없었을 친구들과 애절한 우정으로 모여서 근심없는 놀이를 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 모두를 팔아 대도시로 오는 표를 끊었으니, 그 기회가 아까워서라도 밑창이 없어지도록 돌아다니고 이 동네가 내게 줄 모든 것을 폐를 넓게 벌려 흡입해야겠구나.」 그러한 의무감을 지고서 밤이건 낮이건 허리 아프게 싸돌아다녔을 것이다. 이 모두는 내가 작동하는 방식인 탓이다.
과연 불면증에 시달리는 세계의 수도란 곳은 마음 속까지 시끌벅적한 매력이 가득한 곳으로서, 군 생활이 이처럼 긴장의 연속일까 싶을 정도로 신경을 곤두세워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이 곳의 길거리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은 나와 무언의 경쟁 구도에 있다는 착각을 덮고 지내게 되어, 상가에 들어서면 만만해 보이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 북적북적한 곳을 지날 땐 여기 사는 사람이라는 자랑, 중국인마을을 지날 때에는 나는 과연 중국인이 아니라는 말없는 호소를 주머니 속 묵주처럼 끊임없이 만지작이면서 지나다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 뉴욕을 너무나 피곤하도록 좋아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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