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용없다.

엄청 오래된 글입니다. 역사적 기록으로 다뤄주세요.

<서구의 대화> 강의를 들을 때 나는 화려한 범생에 눈귀 어두운 어른이라서 맨 앞줄 그것도 정중앙, 조교들 바로 옆자리에 앉는다. 이백명 정도 들어가는 큰 강당에서 거기 앉는것은 상당한 용기인데 처음에 몇 번 그러고 나니 이젠 내 조교인 Lea가 내가 거기 항상 앉는다는 것을 배워버려서 다른데 앉기도 좀 그렇게 되었다. 어쨌든 그 앞줄은 내 경우와 같이 충분한 결단력으로 착석이 이루어지는 곳이므로 내 옆에 있는 애들도 항상 제자리인 경우가 많다. 내 왼쪽으로는 이름을 모를 어떤 여대생이 그 친구로 보이는 다른 여대생이랑 같이 앉는데 이 이름 모를 여대생은 강의 내내 내 강의록 내지는 낙서형 예술에 집중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자랑은 맞지만 내 강의록은 그 조형적 구성이 수려하고 한 획 한 획 빼어난 아름다움이 배어나는 까닭이다. 여대생들을 비롯해 개별수업(recitation) 시간에 내 주위에 앉는 남여대생들 역시 나의 강의록은 천사의 신적 표현과 그 궤를 같이한다느니, 우리가 수업 시간에 읽는 호메로스나 베르길리우스의 싯구보다 나의 강의록 한 바닥이 더욱 큰 미적 업적을 이루었다느니 하는 과장된 미사여구로 단지 마술적으로 아름다울 뿐인 나의 기록에 홀려하고 있다.
하지만 시험 18시간 전에 그딴거 되게 소용있다.
  1. WizardKing

    으하하하하하하……. (이거 웃어도 되는 거죠? ㅎㅎ) 아 역시 모범생……

  2. 카방클

    괜저님의 노트를 올려라 올려라!! (시위를 조성한다)

  3. Lucapis

    시위 조성에 동참하고픈 1人!!

    (괜저님, 저를 그렇게 불러도 괜찮습니다:D)

  4. EggLover

    ㅋㅋㅋ 헐 난 러시아 시간에 “그 자리”에 앉는 애들이 너무나 경이로웠지…

  5. ssem

    파이널 화이팅- 시험은 가볍게 눌러버리고 가뿐하게 한국가자

  6. 세주

    대단한 괜저

  7. 역시나그렇게

    wizardking님 : 역시나 그렇게 모범생 입니다
    방클님 / 루카피스님 : (시위를 해산한다)
    엑럽 : 그게 나였어..
    쎔누나 : 저는 가뿐하게 어디 딴데 갔다가 한국감니다:)
    세주 : 대단한 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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