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지가 무지 좋다.

엄청 오래된 글입니다. 역사적 기록으로 다뤄주세요.

나는 무지가 무지 좋다.


무지(무인양품)은 우리나라에서도 롯데가 유통을 맡아 몇 해 전부터 유명해진 일본 생활용품 브랜드로 ‘그 발상의 기본은 철저한 생산과정의 간소화, 소재의 선택, 포장의 간략화로 심플하고 낮은 가격의 상품을 만들어 내는’ 회사다. 맨해튼에 작년말 첫 정식 매장이 생긴 가운데 (이전에는 MoMA Store 지하에 작은 규모로 임시매장만 있었다) 소호에서 예상대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소호 브로드웨이(Prince st.과 Canal st.사이)에서 요새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 브랜드 둘이 있으니 바로 이 무지와 유니클로. 유니클로는 재작년에, 무지는 작년에 이곳에 진출했는데 하루에 이 두 브랜드의 쇼핑백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지 않기가 어렵다. 두 브랜드는 공통점이 많은데, 미니멀한 매장과 포장 디자인, 소재(material)에 대한 관심, 합리적인 가격, 브랜드가 노출되지 않는 일반적(generic)인 제품 디자인 등.. (롯데가 국내 유통을 맡고 있다는 점도) 좋은 디자인과 품질에는 욕심이 있고 바람에 날려 없앨 돈은 없는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큰 인기다.
옷이 많아져 수납 공간이 턱없이 부족해진 나머지 셔츠를 옷장 위에 쌓아두고 있던 나는 무지의 카드보드(골판지) 서랍이 내 수납 문제 해결에 제격이라고 보고 두 개 사 왔다. 각각 $11로 골판지 덩어리치고는 비싸고, 대형 서랍 두 개 치고는 참 싼 가격이다.

접어 만드는 카드보드 상자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견고하다. 특히 손으로 잡아 열 수 있는 홈이 서랍 아래쪽에 생기도록 디자인해서 내 기존 서랍장보다 더 편할 정도다. 그리고 생각보다 정말 많이 들어간다. 원래는 두 개 중 하나를 양말, 하나를 속옷 넣으려고 했는데 (지금은 이 둘이 한 서랍에 같이 들어 있어 터지려고 한다) 내 셔츠를 다 넣어도 한 상자밖에 차지 않길래 상자 하나는 내일 공구와 지난학기 책, 인쇄물 등을 넣어 큰 옷장 위로 올리려고 챙겨두었다. 사진에 마침 지난번에 산 무지 탁상 알람시계가 보인다.
무지와 유니클로의 미국 시장 진출 과정을 살펴보면 상당히 조심스럽다. 사실 두 회사 모두 60년, 70년대에 각각 설립된 오래 된 회사인데 본격적인 미국 시장 공략은 근 2~3년 동안 이루어졌다. 유니클로는 사실 이전에 진출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어 더 조심스러운지도 모르겠다. 나는 일본과 한국에서 이렇게 성공적이었고 컨셉과 가격요소 등 여러가지 면에서 성공하지 않으면 이상할 듯한 제조/유통의 모범사례들이 미국에 가면 당연히 잔뜩 들어서 일본의 자존심을 한껏 세우고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이 두 회사는 ‘zen’으로 대표되는 일본에 대한 미국인들의 문화적 환상에 기대는 마케팅을 하지 않고 이성적인 판단에 근거한 합리적인 소비를 창출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으며 동시에 현지화를 위한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실 ‘그냥 일본거라서 좋아하는’ 트렌드에 빌붙어 잘 되는 회사들이라면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에서도 내가 이 두 브랜드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Surface’나 ‘Wallpaper’와 같은 건축/인테리어/디자인/패션(surface만) 잡지들에 실험적인 디자인을 선보인 디자이너들이 자주 소개되는데, 특히 근 10년간은 미니멀리즘에 대한 극심한 편애가 계속되고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물론 그에 반하는 목소리도 늘고 있지만) 이런 디자이너들의 연혁을 찾아보다가 무지의 제품디자인에 참가한 경력을 발견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어제 오스깔이 오랜만에 뉴욕에 왔었다. 오스깔의 사진을 받아서 올리려고 했는데 메신저에서 아직 마주치지 못했네. 같이 Bleeker의 Caffé del Mare에서 무려 랍스터를 먹은 뒤에 바로 옆의 레드망고에 갔다.그렇다 레드망고는 이미 맨해튼에 세 개의 매장을 열고 성업 중이다. 그런데 이 세 매장 중 두 곳은 작년에, 한 곳은 올해 오픈한 갓난아기 매장들이다. 지금까지는 한국 브랜드로서 맨해튼에서 잘 되고 있어 내심 다행스럽기는 하지만, 무지와 유니클로로 대표되는 일본 회사들의 미국 시장 진출에 비교해서 너무 성급하게 진행되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도 있다.
  1. 여랑

    무지 좋아. 한국은 이상하게 무지도 -_-비싼 백화점에만 들어가 있어서,

    이미지나 기업 슬로건? 같은게 바뀐 듯 하지만 ,

  2. 미리내

    한국은 이상하게 무지도 미묘하게 가격이 비싸지만.. 그래도 좋아요 ㅠ

  3. NINA

    영국 무지는 한국의 2배 가격이지만, 인기가 좋아요. 유니클로도 그렇구요. 공통점은 영국애들이 이게 일본브랜드인지 모르더라구요, 언급하신 전략이 먹히나봐요.

  4. 똥사내

    무지 지도 이케아보다 무지가 좋기는 한데
    한국에서는 꽤 비싼 가격인 거 같아서’ㅅ’
    그건 이케아도 마찬가지지만
    저렴하게 라는 처음 정신은 역시 니혼에서만인가요 덜덜
    그렇지만 요즘은 모노톤만 구매해서 나무류는 안 사서 다행

  5. 낙타친구

    몇년전에 도쿄 놀러갔을 때 이 가게 들어갔다가 문화충격 비슷한 황홀경에 빠졌던 기억이 나요.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자전거 때르릉을 하나 사고 기뻐했는데..며칠 못 달고 언놈이 그 때르릉을 훔쳐가버렸어요. 이 가게가 백화점으로 들어왔다니, 좀 어색하네요.

  6. 취한배

    파리에서도 무지와 인기가 높지요. 유니클로는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무지는 여기서는 “일본 브랜드”라는 점으로, 일본에 대한 환상에 기대기 및 고급화 전략으로 밀고나갑니다. 꽤 비싸요 ㅠ.ㅠ

  7. 역시나그렇게

    여랑 : 응, 거의 롯데백화점에만 있지.

    미리내님 : 사실 약간 비싸도 살만한 품질이기는 하죠. 저렴하다는 점까지 누릴 수 없으면 서운하긴 해도..

    NINA : 미국과 유럽에서 무지의 정책은 사뭇 다르지요. 영국에는 이미 열 개 넘는 매장이 있구요. 미국에선 실패 사례가 많이 있어 더 조심스러운 것 같습니다.

    똥사내님 : 여기 미국에서 아이케아 가격에 익숙하다 한국 STORYSHOP 등 수입체를 통해 구입하려니 가격이 너무 차이나더군요… 뭐에요..

    낙타친구님 : 저도 처음 봤을 때 정말 띵했어요. 그 때 미니 공구쎄트 비슷한 걸 샀던 것 같은데..

    취한배님 : 그렇군요. 나라마다 전략이 조금씩 다르다는 걸 알겠네요.

  8. 김돌돌

    나라마다 전략이 다르대 후우 피가 끓어 부글부글부글

  9. 역시나그렇게

    돌돌 : 나라마다 전략이 다른 것은 당연. 왜 피가 끓지요?

  10. 터진김밥

    너의 이 글을 보고 나서 학교 가려고 지하철 가는데 지하철 역에 무지 광고가 새로 붙었다 ㅋㅋㅋㅋ 무슨 예견을 한것 마냥… 신기해-

  11. 구스

    와! 저도 뉴욕에 살고 있는데 반갑습니다. 무지 오픈식부터 너무 자주 갔어요. 직원들이 얼굴을 알아볼 정도 였답니다. ^ – ^ 카드보드 서랍도 구입해 보아야 겠네요!

  12. 산바람

    무지 탁상시계 무소음입니까?

  13. 역시나그렇게

    터진김밥 : 후후..
    구스님 : 무지 직원들도 무지 얌전하고 무지 좋고.. 반가워요
    산바람님 : 모르겠습니다. 못 느낀 걸 보니 무소음인 것 같기도 하구요.. 머리맡에 두고 자는데 안 들려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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