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들어 잘나가는 로미오와

요새들어 잘나가는 로미오와 줄리엣 봤습니다. 좋았기도 했고 종종 웃음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옆에 병우나 뒤에 세주를 돌아보고 킥킥 웃은 것은 대부분 ‘내 탓이 아니야’ 같이 직선적인 노래 제목이나 놀라도록 싸이킥한 무도회 장면 같은 즐거움에서였습니다.

프랑스 뮤지컬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지만 저는 아직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적성에 맞는 것 같습니다. 본 작품은 notre dame de paris와 이 romeo et juliette뿐이지만 이 두 작품에서 느끼건대 작곡이 너무 틀에 갇힌 느낌이고 리얼리티보다 임팩트를 강조한 무대, 의상, 조명은 멋질 때도 많지만 전반적으로는 키치하게 느껴졌습니다. 황급히 작사했다는 말은 적당하지 않을 지 모르지만 살짝 앞뒤가 어긋나는 노랫말이나 개연성이 결여된 곁가지(특히 주변 캐릭터들의 심경 묘사)는 다소 거추장스럽게 느껴졌고, 무엇보다 스코어 위주로 극을 끌어가려고 하면서도 한 곡 안에서는 드라마가 멈춰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다시 말하면 노래와 함께 극이 흘러간다기보다 배우들이 노래를 한 곡 한 곡 정거장처럼 들렀다 간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껏 관람했던 대부분의 뮤지컬에서 가장 큰 감동의 순간들은 항상 reprise곡과 맞물려 있었던 것 같은데 이 공연은 유난히 지난 소절을 다시 부르기에 인색했습니다. 특색이라기보다는 감동적인 편곡센스가 부족한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배우들은 훌륭했지만 두 주인공은 내공이 100% 발휘되지 못한 느낌이었습니다. 두 집안의 부인들이 가장 후덜덜한 목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크게 흠잡을 만한 점은 없었지만 les rois du monde같이 템포가 있고 쉴틈없는 노래에선 숨이 찬 듯한 모습을 많이 보여서 아쉬웠습니다. 마지막 앵콜에서도 별로 나아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aimer를 불어시간에 처음 들었을 때 내 반응은 ‘그냥 괜찮은데 좀 대충 쓴 노래 같다’는 것이었는데 전반적인 스코어들이 비슷했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 자체로는 다른 작품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개성을 지닌 것 같지만 공연 안에서는 변화무쌍함을 보여 주지 못하고 비슷한 농도의 곡과 극만을 보여 주는 데에 그친 것 같습니다.
* 아쉬운 점을 굳이 찾다 보니 불만족의 글로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재미있었고 즐거운 저녁이었습니다. 본전 생각이나 집중을 잃을 만한 실망은 없었습니다. les rois du monde는 아직도 제일 좋아하는 뮤지컬 스코어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