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규 밥사주고 오는데

치규 밥사주고 오는데 개똥 밟아서 기분이 구렸 읍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 파란만장한 하루.
어제 귀가하는 버스에서 샤워랑 ‘머리속에 계속 남아서 ringing하는 말들’에 대한 얘기를 했었는데 생각해 보니까 나도 그런 게 있다. 중학교 1학년 때 는 나에게 ‘너는 너무 빤히 보인다’고 했다. 심각한 얘기도 아니었고 그냥 ‘너 바보다’같이 명랑 청소년들이 서로 상냥함을 나타낼 때 쓰는 일상적인 말이었는데 저게 나한테는 엄청 강력했다.
그 뒤로 내 삶의 목표 중 하나가 ‘빤히 보이지 않기’였다. 이런 내 목표는 많은 걸 설명해 준다.. 한 사람이면서 마치 여러 사람인 척하는 피곤한 습관을 저 말을 들은 것을 계기로 버렸었으면 편했을 텐데, 나는 여러사람인척하기 를 버릴 생각은 머리 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만 그걸 어떻게 하면 좀 더 잘 좀 더 빤히 보이지 않게 할 수 있을까가 주된 관심사였다. 핀트를 좀 애자같이 맞췄다고 할까
이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오늘 저녁이 할머니 생신임을 갑작스럽게 알게 되었다. 그래서 *랑 검은 누나 만나는 것을 급미루고 할머니 할아버지 모시고 고기집에 가게 됐다. 많은 사람이 그렇듯 우리 엄마도 남들 앞에서 아들의 좋은점을 얘기하면 세상이 무너진다는 본능적인 두려움(아들자랑한다는 평가에 대한 반감 + negative한 주제의 대화가 훨씬 친화력이 강하고 얘깃거리도 많다는 이해)을 희미하게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웃백에서 주제넘게 퍼먹어서 배가 그때까지도 매우 부른 상태였기 때문에 고기도 식사도 안 먹고 반찬중에서 샐러드가 나름 맛있길래 그거에 착실히 깔짝대고 있었다. 그 때 엄마는 할아버지할머니께 (성민이는) ‘식성이 서구화됐는지 미국 가서 음식 찾을 일은 없겠어요’ 했다. 그런데 이것은 내가 할아버지할머니 앞에서 착용하는 ‘성실하고 할아버지 잘 들리시게 말을 크고 힘주어 하며 식생활이 전통적인 의미에서 모범적이고 할아버지 할머니 말씀에 동생의 어색한 예 와 웃음 하하하 와는 달리 진심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듯한 하하, 정말요? 아 그랬구나 등등의 자연스러운 추임새로 어색해지지 않게 유지할 줄 아는 장한 손자놈’ 컨셉을 다치게 하는 발언이라는 생각이 머리 속에 지나갔다. (정말 저게 다 지나갔다.. 가끔은 내가 제정신인가 싶다)
어쨌든 내가 할아버지할머니 앞에서 쓰는 ‘컨셉’ ‘가면’ ‘척’ ‘가식’ 등이 있듯이 사람은 누구나 만나는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다른 컨셉들을 여러 개 갖고 있을 것이다. 나는 심심했다:

이 지랄에 따르면 내 할아버지할머니컨셉은 분류기호 B3MED01을 가지게 된다. 앞으로 이 체계를 즐겨 사용하고 싶어졌다..
오랜만에 정직하고 값싸고 fancy한 것보다는 학교 서플라이와 같이 기본적이지만 다양한 미술사무문구용품을 취급하는 동아문구에 가서 여러 가지 골라잡았다. 거기까지 가는 동안 내일 애들 모일때 웅희 진호가 못 올거라는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나머지 우리들은 연말때까지 못 만날 것을 알기에 모레 죽더라도 놀아야겠다 모드였기 때문에 정말 미안하지만 하하하하 약간의 아쉬움 이외의 타격은 없었다 알아두라고
*개똥도 마른 개똥도 아니고 질천한 개똥이었다 그 개똥년지개똥남 싸이버 린치 시켜야해

  1. 샤워

    나는 심심했다:

  2. 역시나그렇게

    샤워 : 나 아는 척 하지마

    비공개 : 정말.. 나와는 1% 다른 핀트에서겠지만, 누구에게나 제일 어려운 일..

  3. 마멍

    너 글은 하이라이트 하면 크기가 달라져! 짱 신기해!

  4. 역시나그렇게

    마멍 : 난 안그런데?!!

  5. 사라미

    “이 지랄에 따르면”

  6.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