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순천만 전망대에서 누워 있었다.

여수에서 묵기는 했지만 순천만이 진정한 목적지였다. 여름이 분명히 갈 것 같은데 가지 않고 앉아서 끓고 있는 주말에 휴가 이틀을 붙였다. 사실 여행은 주말만 이용했지만 여행 뒤에도 쉴 날이 남아 있으니까 비로소 놀 힘이 났다. 최근에 피로가 누적되어 일터에서 작은 일에도 감정적으로 변하는 나를 보면서 쉬는 것 말고는 대책이 없다는 것이 분명했다. 나는 제일 확실히 쉬는 방법이 가족과 쉬는 것이다. 감사하게도 요즘은 가족과 쉴 때 스트레스 레벨이 가장 낮다. 본가와 내 생활터를 분리하고 나니 본가에 돌아가면 사사로운 일들이 눈에도 귀에도 들어오지 않는다. 이번 여행은 나는 용산에서, 엄마 아빠는 광명에서 출발해 기차 안에서 만나 찐계란 나눠 먹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순천만은 무진장 넓고, 곰보인 바닥 뻘에서 셀 수 없이 많은 뻘건 게들이 기어나오는 것을 빽빽한 갈대가 머리칼처럼 덮어 숨기고 있다. 용산 전망대에서 만나기로 하고 앞장서 다리에 힘 주면서 올라갔더니 꼭대기에서 탈진해 대자로 누워서 해를 받았다. 늦게 올라온 엄마가 가져온 양산으로 얼굴을 가려 주었고 우리는 이프로 부족할 때를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