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동 중에 먹는다.

탈것 안에서 먹을 것을 고르는 일을 신중하게 접근한다. 비행기에서는 보통 짭잘한 토마토 주스를 짭짤한 견과류(캐슈가 좋다)랑 같이 먹은 다음, 녹차를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비행 중에 커피나 알콜은 잘 마시지 않는다. 쿠알라 룸프르에 가는 에어아시아 항공편은 워낙 저가여서 물도 따로 구매해야 했다. 몇 링깃 이상을 사야지만 신용카드 결제가 되었기 때문에 물 하나, 코코넛 워터 하나, 캐슈 하나, 또띠야 칩 하나, 그리고 햄 치즈 크로아상 샌드위치를 하나 사고 말았다. 크로아상은 마카롱이 그렇듯 일정 품질 이하로는 아예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음식 중 하나다. 식빵이었으면 수긍하고 먹었을 정도의, 만들고 냉장고에서 잊혀진 타입의 샌드위치였는데 빵이 크로아상을 흉내내고 있었기 때문에 너무 슬펐다.

지금은 회사 워크샵을 갔다가 기차로 돌아오는 길이다. 아침을 안 먹은 보상, 그리고 너무 오랜만에 민박집에서 요 깔고 자느라 몸이 뻣뻣해진 데에 대한 보상 심리로 짜릿한 죄책감을 선사하는 트리오로 이동 식단을 구성했다. 바빈스키 콜드브루 라떼, 다스 밀크 초콜릿, 그리고 뒷자리 동료가 빵틀이 남긴 격자대로 잘라 준 도넛 반 조각. 바빈스키와 다스를 고급이라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각각 커피 음료와 밀크 초콜릿이다 라고 넉넉히 불러줄 수 있는 최소한을 한다. 일상 속에서 ‘그것’과 ‘그 비스무리한 것’을 분별할 필요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유독 어떤 기호들에 관해서는 미련을 놓을 수가 없다. 백종원의 방식과 정용진의 방식을 비교 연구해 열화 구현의 하한선 설정 감각이라는 비즈니스 역량에 대한 책이 나오면 열심히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