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큰 그림을 걸고 싶다.

폭이 1.5미터는 족히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찍은 사진들은 대부분 2:1 또는 1:1 비율이니까, 2:1인 것들 중에서 골라서 대형 인화를 맡길까 한다. 물론 요즘에 긴축이므로 월말은 되어 보아야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것이다. 반딱이는 인화지에 유광으로 뽑고, 얇은 검정 액자를 맞추는 거다. 사방에 대지를 남길지 아니면 꽉 채워 뽑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사진을 아직 못 정했으니까. 탁 트이는 맛이 있는 풍경 사진 중에서 고르게 될 것 같다. 2:1은 원래 지평선을 위한 포맷이다.

새 집에 들어올 때부터 벽에 내 사진을 걸고 싶다는 생각이 자라기 시작했다. 한 번도 해 본 적 없다. 나는 사진 앞에서, 그리고 디자인 앞에서 작아진다. 내 사진이 뭐라고 걸기까지 할까요, 같은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 매번 ‘저는 사진사는 아닙니다’ ‘저는 디자이너는 아닙니다’ 따위 말을 한다. 내가 사진사라서, 또는 디자이너라서 말을 걸었거나, 초청을 했거나, 심지어 고용을 한 사람들에게 저렇게 말하곤 했다. 한 마디로 말해 ‘임포스터 신드롬’ 이다. 하지만 이건 나 스스로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나에게 인정을 주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내가 가짜라면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한데 가짜가 되어야 한다. 특히, 가짜에 가까운데 스스로 진짜라고 믿는 허풍선이들이 진짜의 자리들을 차지하도록 두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하여튼, 내 한계와 약점을 잘 안다고 해서 자신감을 잃으면 안 된다.

내게 주어진 일만 해도 나에게는 크다는 생각만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더 큰 일을 주고, 더 큰 그림을 그리는 연습을 행해야 한다. 큰 그림을 그리자. 큰 그림을 걸자. 임포스터 신드롬을 떨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