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용산구민이 되었다.

오늘부로 서울시민하고도 용산구민이 되었다. 올림픽이 열리던 해 서울에서 태어나 다른 곳에서 삼십년을 살고 다시 올림픽이 열리는 해에 다시 서울에 살게 되었다.

올 초 발행한 2017 인생 자평의 가장 큰 결론이 직장에서 가까운 나 혼자의 방을 갖는다였다. 식습관, 운동습관, 여행, 인간관계 등 여러 차원에서 보아 다시 자취할 때임을 다각도로 깨닫게 되자 몸은 빠르게 움직였다. 윌로비 주인장 J와 최근 미 서부 생활을 접고 뉴욕으로 돌아온 Jenny가 조언을 주고 등도 적당히 떠밀어줬다. 무가식은 내 계획의 어떤 부분들이 경제적으로 미친 짓인지 일침을 놓아 주었다. (큰 도움이 되었으나 계획은 오히려 더 그가 경고한 방향으로 수정되었다.) 친구들의 자극으로 불과 며칠만에 탐색부터 계약까지 썰매경기처럼 질주해 냈다.

동네는 직장이 있는 을지로와 평촌의 본가를 오가던 기존의 동선상에 있는 곳 중에 골랐는데 진작부터 거기가 신용산이나 삼각지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했었기 때문에 막연한 고민은 아니었다. 침대를 조립하다가 아무래도 옛날처럼 전동공구 없이 하는 건 30대 김괜저로서 섭리에 맞지 않다고 생각해 일단 손놓고 창가에 붙인 매트리스 위에서 폰으로 이 글 쓰고 잠 청한다. 봄이 온다.

  1. 마르코

    이사 축하드립니다!

  2. 안희종

    썰매경기처럼 질주해냈다는 표현이 재밌네요. 결승점에서 만난 용산구 새 방에서 좋은 일들을 많이 만나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