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거기가 거기임에 안도한다.

아 물론 뉴욕과 엘에이와 서울이 거기가 거기는 아니다. 하지만 제대하고 나서 뉴욕에 돌아갔던 25세 김괜저가 두 뺨에 눈물줄을 그리고 뉴욕 거리를 달렸던 것에 비하면 이번 복귀는 몹시 안정적이었다. 첫날 밤, 엘에이 야라네 거실에서 절친들과 사는 얘기 나누니 이미 몸은 멀어도 이심전심, 살면서 드는 생각 하는 말들 다 비슷하다는 것 확인하고 안도했다. 세상 정치 얘기. 일과 연애 얘기. 가족과 건강 얘기. 다 그 인생이 그 인생이다.






지난 2년간 팟캐스트를 많이 들었다. 즉흥(improv) 코미디언들이 나와 노가리 까다가 상황극 하는 그런 쇼들을 많이 들었다. Comedy Bang Bang이나 Spontaneanation 같은 쇼들. 단순히 교육받은 도시 미국인들이 마냥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듣고 싶어서 듣기 시작한 것들인데 정이 들었다. 잘 만든 미국식 즉흥 코미디를 듣고 있다 보면 정말이지 두뇌회전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심지어 Off Book처럼 즉흥으로 뮤지컬을 공연하는 쇼도 있다. 물론 대강의 전형적인 코드 전개들을 갖고 좌충우돌하며 펼쳐놓는 형태지만 3~4인이 서로의 재치를 곱해 스토리를 땋아가는 솜씨가 대단하다. 나는 물론 여기서도 본업에 필요한 교훈을 챙기게 되는데 (병이다) 그건 바로 즉흥연기의 불문율인 ‘Yes and.’ 상대의 상황극은 아무리 해괴해도 일단 받는 그 정신이 쇼를 만든다. 아무리 내가 더 좋은 전개 아이디어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순간에서 공이 저쪽에 있었으면 그 사람의 토스를 받아야만 한다는 것 말이다.

말이 딴 데로 샜는데 나뿐 아니라 야라나 모건 등 다들 이런 팟캐스트들에 각자 빠져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헐리우드는 이런 코미디의 수도이니만큼, UCB에서 Off Book 공연을 보고 Largo at the Coronet에서 Thomas MiddleditchBen Schwartz의 즉흥 쇼를 보는 것도 간단했다. 브렛은 차가 밀려서 쇼가 다 끝나고야 도착했다. 엘에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