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성에 갔다.

작년에 상해 여행을 떠나려고 김포공항에 가서야 중국 비자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던 본인은 이번에는 LA–NY 여행을 떠나려고 김포공항에 가서야 무비자 입국을 위한 ESTA 신청을 안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행히 공항 벤치에 앉아 그 자리에서 모바일로 신청하니 1시간 내로 승인이 났다. (72시간까지 걸릴 수도 있다고 한다) 나란 사람 너무 재밌고 시트콤 얼른 제작돼야 한다.

LA에는 북미에서 나와 가장 애틋한 친구 야라가 그의 연인 브렛과 함께 산다. 부쉬윅에서 나와 한 집을 썼던 야라. 내가 서울로 떠날 때쯤 LA로 떠났다. 내 학교 친구들 중에는 영화인들이 많다 보니 LA에 이들 둘 뿐 아니라 이들보다 더 일찍 이사간 케일라도 있다. 게다가 내가 오는 때에 맞춰 샌프란시스코에서 모건도 놀러와주었다. 50cm는 되는 식전빵을 그보다 더 긴 도마에 올려주는 비스트로에서 만나자 그린포인트에 있던 케일라네 집에서 저질 와인을 마시고 다같이 속썪었던 4년 전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상단 사진의 벽난로에 보시면 왼쪽 액자의 45도 얼짱 각도 강아지분이 올해 초 세상을 떠난 고 찰리 강아지분이 되겠다. 야라가 그윽한 표정으로 찰리를 안고 있는 모습을 성모의 형상으로 그린 그림도 있는데, 그건 벽난로보다 화장실에서 똥 누고 나올 때 바로 볼 수 있게끔 화장실 문앞에 걸려 있다.

남의 집에서 신세지는 걸 다들 나만큼 어려워하는지는 모르지만 난 정말 내가 어떤 꼴을 보여도 창피함이 우정을 이기지 못하는 가까운 사이가 아니면 잘 못한다. 야라와 브렛은 그런 가까운 사람들이다. 나는 휴가였지만 야라와 브렛에게는 일하는 평일이었고 모건은 원격 근무중이었기 때문에 해가 떠 있는 동안 나는 LA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 해 떨어지면 만나서 맛집을 찾아가고, 코미디 쇼를 보고, 술 한 잔 하고, 춤 추러 가는 식으로 지냈다. 근사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