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상해에 무사히 닿았다.

작년에 비자 없어 공항에서 포기했던 상하이 여행. 재시도는 성공이다. 아 민망해.



가족과 베이징을 여행한 것이 거의 15년 전이었으니 그간 중국 본토가 어떤 모습인지 전혀 알 바 없이 지냈다는 얘기가 된다. 나 같은 사람에게 중국과 안면을 틀 첫 장소가 상하이인 것은 너무 당연한 부분이고… 맑은 날 밤에 홍차오로 비행기가 내리는데 상공에서 본 상해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전혀 새로운 도시였다. 구획이 다르고 비율이 다르고 무엇보다 도로가 어둡고 LED 선전등만 색색으로 밝은 것이 무척 낯설었다. 언어가 말도 글도 안 되니 도움이 절실한 신세인데 물론 나의 모험동반자 해리가 그 역할을 또 해주었다. 상해어 섞인 북경어가 홍콩 사람에게는 꽤 어렵긴 했지만 그래도 해리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도시의 구석구석을 보고 당커우라는 역사 깊은 외곽 마을도 가볼 수 있었다.



사실 나는 여행도 일하듯 하는 인간이라, 노트북에 카메라를 다 지고 다니면서 하루에 사진 이삼백 장을 찍고 밤에는 그걸 다 보정한 다음에야 잠에 들곤 한다. 게다가 요즘은 어딜 가든 일 생각을 가지고 다닌다. 상하이역에서 해리에게 짐을 맡겨 놓고 떠오르는 생각을 적을 펜과 노트를 사러 역을 헤집고 다녀 표지에 아이 러브 상하이라고 적힌 말도 안 되는 수첩을 사서야 기차에 오르기도 했다. 그런데 여행 속 여행인 당커우 가는 기차에 올라 창밖을 바라보니, 대도시의 위용이 2차 1차 산업의 풍경으로 슥슥 타임랩스하는 광경이 머리에서 일 생각을 조금씩 밀어내는 것을 느꼈다. 공간만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까지 여행해 당대성을 삭제해야 비로소 일 생각에 연결된 고리들이 충분히 끊어지고 여행이 여행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