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봄이 되면 생각나는 죽은 사람이 있다. 바쁜 학생이었던 나를 가르친 그 많은 선생님들 가운데 가장 선생님이 아니었던 사람. 그는 열 일곱의 나와 우리 반 아이들에게 한 학기 동안 시를 가르쳤다. 가르쳤다기보다, 시라는 것이 있으니 한 번 그게 무엇일지 자기가 줄 수 있는 시간 동안만이라도 우리 나름의 마음을 뒤져서 찾아보라고 권한 것에 가깝다. 허연 교실에서 시를 쓸 순 없다며, 눈이 갓 녹은 초봄부터 해먹이 걸린 풀밭 소나무 그늘로 우리를 내보냈다.

우리는 뭔가에 홀린 듯 매일같이 시를 쏟아냈다. 쓸 게 없다고 우물쭈물하는 친구 하나 없었다. 그 전까지 우리는 칠십대 영문학 선생님이 강당에서 한 시간 내리 읊어주는 세르반테스 강의를 들으며 조는 데 익숙해 있었는데, 선글라스를 끼고 턱수염을 기른 이 젊은 남자는 매년 여름마다 음악가 친구들과 함께 캄보디아의 밤바다에서 맥주를 마시고 헤엄치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그렇게 그는 우리와 한 마음이 되어 여름방학을 기다리면서, 우리를 두렵게 하고 답답하게 하고 꼼짝 못하게 하는 생각들을 녹여 각자의 공책에 흐르게 해 주었다. 방학을 마치고 돌아온 열 여덟의 나와 우리 반 아이들이 그가 늘 가던 캄보디아의 그 해변에서 맥주를 마시고 헤엄치다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에, 이미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사람들이었다.

  1. 현호

    나는 너의 글이 너무 좋다. 죽은 이들을 살릴 수 있는 건 글 밖에 없다. 소외된 이들에게 동앗줄을 내려주는 것도 글 만한 것이 없다. 나는 너의 글을 읽고, 나의 글을 쓰고. 밤도 낮도 너도 나도 구분 없이 모두 흘러 모두 떠내려가버렸으면 좋겠다. 흐드러진 벚꽃들을 따다 강에 뿌려다오.

    • 김괜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