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덥다.

회사는 덥지 않다. 우리는 더운 것을 싫어한다. 추위를 타는 사람들이 회의실로 피신해 일한다. 나도 위치에 따라 가끔은 추위를 타는데, 무인양품 서큘레이터를 사서 사무실 공기를 좀 갈아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합정까지 걸었는데 품절이었다. 빈손으로 돌아오기 싫어서 팀원들과 나눠 먹을 아이스크림을 샀는데 오다가 조금 녹았고, 비좁은 냉동실에 넣은 뒤 더 녹았다. 어쨌든 회사는 덥지 않다. 상당히 중요한 정보인데 채용 공고에 써 놓을 것을 그랬다.

모텔은 덥다.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모텔 신세를 진다. 아직 한국에서 성공적인 에어비엔비 경험을 해 본 바 없다. 에어비엔비와 같은 플랫폼에서 내가 신뢰할 수 있는 형태로 리스팅을 작성하는 사람이 한국에 드물다. 그제도 회사 근처에서 자고 싶어서 홍대에 에어비엔비를 잡았는데, 호스트가 잠적해 버렸다. 그러려니 하고 분쟁 조정 신청서를 올리고 서강대 앞 모텔에서 잤다. 모텔은 덥다. 모텔이 더운 건 온도가 문제가 아니라, 그 특유의 더운 모텔을 식히는 에어컨의 방식이 몸은 식힐지라도 정신적인 더위를 쫓지 못하기 때문이다. 에어컨 바로 아래서 잠을 청하면서도 덥다는 사실을 한 시도 잊을 수 없다. 내가 방을 덥게 하고 방은 나를 덥게 한다. 우리가 세상을 덥게 하고 세상은 우리를 덥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