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난데없이 시간이 멈추는 때가 있다.

16 02 08 Seolnal WEB - 114928

가끔 난데없이 시간이 멈추는 때가 있다. 내 몸과 마음의 위치가 일상적이고 특별하거나 극심한 구석이 없을 때에만 발생하는 일로, 갑자기 들리는 노래나 말소리, 보고 있는 장면, 둘러싼 공기의 점도, 몸에 가해지는 중력의 느낌 같은 것이 확 새삼스러워진다. 새삼스러워진다는 것을 달리 말하면, 뇌가 갑자기 현실을 한 번 새로 렌더링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매트릭스가 데자뷰로 상상한 내용과 맥락이 비슷한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런 순간에 내 머리는 온 힘을 써서 그 때의 감정을 정의내리려 한다. 이것이 무슨 기분인가? 자칫 둔하게 굴면, ‘살아있음을 느낀다’던지 ‘일상 속의 소소함’ 같은 해로운 이름을 붙이고 넘어가버릴 수 있는 때이기에, 그것은 위기의 순간이기도 하다. 그런 순간이 좀 크게 올 때마다 우리가 감정을 이런 저런 카테고리로 나눠놓는 방식이 자의적이고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내가 눈물이 나는 경우는 거의 다 그런 순간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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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따뚜

    저도 비슷한 감정을 느낄 때가 있어요. 특별하다고 할 수 없는 순간에 마치 온 몸의 감각들이 전력질주하듯이 요동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