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팟캐스트를 듣고 있었다.

거두절미하고 새 직장은 텀블벅인데 회사가 상수 근처에 있다. 내 집에서 멀지만 대표를 포함해 다들 적어도 나만큼 멀리서 온다. 뉴브런즈윅 출근에 비교하면 집 앞이나 다름없다. 심리적 거리라는 게 또 따로 있지 않나. 우리 아파트 단지 내에 있어서 맨발로도 갈 수 있는 헬스장이 너무 멀어 못 가는 날도 있다. 버스를 잠깐 탔다가 삼각지에서 한 번 갈아타면 되는 출퇴근길이 번거롭지 않다.

요즘은 팟캐스트를 많이 듣는다. 주로 뉴욕이나 LA 사는 밀레니얼들이나 흑인·게이·여성 코미디언들이 쉴 새 없이 떠드는 것들로 듣는다. 그런 말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 같은 것이 뉴욕에서 들을 때는 간간히 재미가 있었는데, 한국에 오니 한국어를 들을 때 노잼 필터가 씌워지는 효과가 있다. 충분히 공간 이동이 되지 않는다. 트위터도 약간 마찬가지다. 지금 사람들이 꼬박 이틀째 똥 눈 뒤에 손 씻는 걸 주제로 얘기하고 있다. 실제로 손 안 씻는 사람들을 하루에도 서너 명씩 보면서 그런 타임라인을 읽으려면 힘이 든다. 벌써 200회가 넘어가는 팟캐스트 Throwing Shade를 들으면 요도에 멜론을 넣느니 어쨌느니 하는 벅찬 개그가 회당 수십 개씩 쏟아지는데, 그런 건 하나도 듣기 힘들지 않다.

어제도 팟캐스트에 의존해 퇴근 지하철을 타고 오는데 삼각지에 사람들이 세로로 쌓여있었다. 4호선이 성신여대인지 어디에서 멈춰서 기차가 지연되고 있다는 안내가 들리는데, 빨리 해결될 것 같지 않았다. 버스를 타러 나갔더니 502번 세 대가 토할 때까지 승객을 태운 채 정차하지 않고 지나갔다. 점심을 먹은 지 8시간 정도 되어서 무척 배가 고팠다. 삼각지에는 그 시간에 혼자 식사할 만한 곳이 정말 없다. 아파트 상가에 있는 이자카야에서 칠천원짜리 연어덮밥을 먹었다. 팟캐스트를 전달하던 이어폰 줄이 뚝 하고 끊어져서, 간바레 오또상에 취한 채 여자 상사에게 성형 중독이라고 놀리는 남자 사원들의 회식 소리를 그대로 들었다.

  1. haaeem

    근처 해방촌 살던 독자 1인인데요, 국방부 옆 골목으로 가면 이런 저런 밥집들이 종류별로 꽤 있어요~ 한강대교 방면으로 아주 쪼끔 걸으시면 휑댕그레한 삼각지역보다는 좀 나을 거예요.

    1. 김괜저

      그러게요. 해방촌으로 갈 걸 그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