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노 7호 생겼다 (가장 왼쪽). 이번 도미노는 중철이고 가볍고 약간 더 활자 위주이다. 주제상의 척추가 분명해서 「아, 나오지 않으면 안 되어서 나왔구나」 싶은 인상을 준다. 아직 전부 읽지는 못했지만, 맨 먼저 읽은 윤원화님의 <우리가 곤충이었을 때>가 벌써 부드러운 감동을 주었다는 것부터 적어놓는다. 아카이브형, 반응형, 메타형 등의 글 사이에서 홀로 은은하다. 세상이 이러니 내가 붓을 든다—가 아닌, 세상이 어떻든 나는 붓을 든다—라는 느낌이다. ‘커다란 이야기보따리’가 있어야 글을 잘 쓰는 것이 아니라, 뭘로든 이야기보따리를 척 꾸려서 내놓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존경스럽고 부럽다.
구두 생겼다 (중앙). 몇 주 동안 고민했다. 이번주에 올해 처음으로 양복 개시하는 일이 생겼는데, 전에 신던 연갈색 스웨이드 처카가 너무 헤져서 버린 이후 마땅한 구두가 없는 것이 걱정이었다.
옷 종류는 사고싶은 것이 확실하면 대략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구매한다.
- 미드타운이나 소호의 고가 브랜드 매장을 방문해 목표물의 물적 이데아를 설정한다. 아주 오랫동안 투자할 필요를 느껴온 물건인 경우 이 단계에서 구매해도 되지만, 아직 그런 일은 거의 없다. 미드타운에서 일하는 친구 생일 점심식사를 대접하러 간 김에 매디슨가에 있는 비싼 구두가게 두세 곳에 들어가 신어보고 감을 잡았다. 실물로 보기 전 막연하게 그렸던 ‘광택있는 밤색 가죽의, 토캡이 있고 금속이나 부수적인 장식이 없는, 지나치게 공기역학적으로 미끈하지 않은 옥스포드 또는 더비’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에 놀랐고, 쓸 만한 제품들이 나오는 최소 가격대는 $200 정도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 그래머시와 부시윅 등의 단골 헌옷가게를 쓸며 이데아에 가까우면서 개성도 있고 저렴한 물건이 있는지 살핀다. 부츠가 아닌 정장 구두는 헌옷가게에 흔한 품목이 아니라, 허탕쳤다.
- 이름난 브랜드들의 할인 또는 카피 제품들을 인터넷으로 찾는다. 비교적 저렴하고 질 좋은 구두를 만드는 유서깊은 브랜드 Florsheim에서 이데아에 무척 가까운 물건을 할인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주문했다.
독립출판물 몇 개와 잡동사니 생겼다 (가장 오른쪽). 작년에 이어 MoMA PS1에서 열린 뉴욕 아트북 페어에 갔다. H 형네 그린포인트 집에 있으면서 사흘 내내 갔었던 작년에 비하면 짧게 훑어보기만 했지만 아트-힙스터 인구총조사로서의 의미가 더욱 큰 행사이므로 발코니에서 모두를 굽어보며 M. Wells 햄버거와 맥주를 먹으면서 당일 만난 친구들과 남는 것 없는 수다를 떠는 시간은 생략하지 않았다. 작년엔 내내 더웠는데, 올해는 오후 늦게 더위가 가셔서 불쾌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