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번도 뼈가 부러져 본 적이 없다.

15 05 21 한양대 졸업식 WEB - 111646

시간이 흐르면서 삶 구석구석의 나사를 더 단단하게 조일 수 있게 되리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틀렸음을 알겠다. 아무리 정리하는 습관으로 살아도, 내 멋대로 할 수 없는 변수들은 늘어나게 되어 있음을 알겠다. 나는 왜, 인생을 붙잡은 손힘이 마냥 세질 수는 없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깨달았을까? 어떻게, 다 붙잡고 누르면서 갈 수 있다는 믿음을 최근까지도 갖고 있을 수 있었을까? 나와 비슷한 연배의 젊은 사람들도 대부분 그럴 수 없음을 원래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공지사항을 못 들은 채로 시작했던 것일까.

사람의 흔한 욕망을 몇 가지로 나누면 적당할지는 모르나, 내 속에는 스스로에 대한 지배력을 갖으려는 욕망이 일등이다. 내가 현실의 피해자로 전락하는 일을 피하기 위해 공부는 사회학으로 했던 것 같고. 그러니까 사회가 나를 마음대로 다루지 못하게 하려면 내가 사회를 탐구하는 입장이 되는 수밖에 없겠다는 계산을 한 것이다. 또 나를 통과하는 현실을 어떻게든 굴절시키기 위하여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다.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아도 어떻게 욕구와 현실을 세세하게 ‘컨트롤’했는가에 집중하게 된다. 사람을 만날 때 속으로 이렇게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어떻게든 내 자신에 대한 지배력을 보존하겠습니다……」

나는 한 번도 뼈가 부러져 본 적이 없다. 그리고 한 번도 특정 현실에서 탈출하기 위해 몸부림치다가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대가 꺾여본 적도 없다. 한 번도 속도를 내어 연애하다가 다쳐본 적도 없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인생을 지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금도 믿는다. 운 그리고 특권에서 비롯된 이상주의이다. 이제 그것이 확률적으로 현실과 들어맏는 믿음이 아니라는 것보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았을 때 가능한 것들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 그래서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오늘의 결론도 「지금 사는 대로 살겠다」 이다. 변화를 기대하셨다면, 죄송하다. 변하려고 말을 꺼낸 것이 아니고, 저 결론을 새로 한 번 내려야 될 것 같아서 그랬다.

  1. E

    이 글 너무 좋은데 표현할 방법이 없네요 ㅋㅋ 제가 제대로 이해한게 맞다면 저랑 되게 비슷한 사람이네요. Lady Fortuna도 인생에서 건드릴 수 없는게 있다면 your attitude뿐이라는 글귀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 생각도 나요 ㅎㅎ

    1. 김괜저

      감사합니다. 잘 표현해주셨는데요 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