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리 어렵지 않다.

말이 하나도 안 통하는 곳을 여행하면 사실 힘이 덜 든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을 꺼릴 이유도 없고, 인터넷에 내가 아는 언어로 올라와있는 만큼만 보고 가겠다고 기대치를 낮추면 될 뿐이다. 말이 잘 통하는 곳을 가면 단기 이주 힙스터로 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서 좀 피곤하지만 그건 내가 평소에도 갖고 있는 피로이기 때문에 불편하지 않다. 문제는 말이 애매하게 통하는 곳인데, 바로 프랑스어권 그리고 반-영어권이라고 할 수 있는 국제도시들이 여기에 든다. 내 정보력은 빤히 제한되어 있는데도 남에게 도와달라고 하기엔 자존심이 상한다. 이것을 극복하고 재밌게 놀아야지 하고 마음을 계속 고쳐먹는 것이 힘이 든다.

그래서 당분간 홍콩에도 갈 생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광동어는커녕, 중국어는커녕, 나는 한문도 몇 자 못 읽는다. 영어가 통하는 장소와 상황은 한정되어있을 것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한정 이었으되 홍콩에서 순수 관광객의 바이오리듬으로 머물다 간다는 것 역시 용납할 수 없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전혀 새로운 방식의 여행지 의사소통, 즉 언어는 동행인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되 몸소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수혈해가며 행동의 주체는 되는 방식을 택할 수 있었다. 시대가 변해서, 각별한 로컬 동반자 그리고 공항에서 임대한 와이파이 에그 이 둘과 결합하면 새로운 영토를 힙력 및 고효율 여행력으로 정복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물론 그 중에서도 가장 똑똑한 여행-결정은 다 해리의 머리에서 나왔고, 사실 어딜 가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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