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흠잡을 데 없는 수치를 겪었다. (2/3)

쇼핑몰 일층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누군가 나를 막아섰다. 다이아 모양으로 된 화장품 샘플을 건네면서 말을 걸었다. 키 큰 중동계 여자인 그는 이름이 쉬라라고 했다. 혹시 화장품을 사려고 가느냐고 물었다. 그야말로 화장품 코너로 직진하던 중이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그렇다 대답했다. 그는 손벽을 치고는 내 손목을 붙잡아 옆에 있는 간이판매대로 끌고 갔다. 나는 웃음이 나왔다. 딱 봐도 향기 센 여성용 화장품이고 내가 살 리가 없는 것들이었는데 노력하는 모습이 순진해 보였다.

이스라엘이나 레바논계 정도로 보이는 시라는 왠지 내 친구 폴리나를 연상시켰다. 얼굴이 둥근 편인 폴리나와 생김새는 달랐지만 날 볼 때 고개를 살짝 틀어 머리카락을 튕기는 게 비슷했고 목소리도 허스키하게 닮았다. 반가워하고 있는 동안 그는 내 손등에 귤색 각질제거제를 펴 발랐다. 하얀 때가 순식간에 손을 뒤덮었다. 피부 상태 때문이 아니라 그냥 문지르면 때처럼 보이는 게 막 나오는 성분인 모양이었다. 시라는 너무 신기하지 않느냐는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세안제로 손등을 씻고 물휴지로 닦아냈다. 크림까지 발라주고 그는 내 두 손을 모으며 전·후를 비교해보라고 했다. 방금 문지르고 닦아낸 오른손은 당연히 환하고 반짝거렸다.

「손님, 피부가 정말 잘 받는데요」

정말 여기 앉히는 모든 손님한테 이렇게까지 눈을 크게 뜨고 놀란 척을 한다는 말인가? 나는 그 성의에 약간 감동했다.

「비밀이 바로 다이아몬드 파우더인데요. 곱게 간 진짜 다이아를 넣어서 다른 제품들이 제거하지 못하는 각질을 다 제거해주는 거에요」

<FOREVER FLAWLESS>라는 브랜드명을 확인하자 나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영원히 티없게! 모파상 소설에서 허영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물건의 이름 같았다. 대체 이걸 어떻게 팔아먹나 싶어서 가격을 물었더니, 각질제거제가 십오만 원, 세안제가 십삼만 원, 보습크림이 십삼만 원이라고 했다. 나는 웃으며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