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행히 부산에서 먹었다.

해리는 얼마 전에 끝내주는 한국 음식을 먹었는데 이름이 생각이 안 난다고 했다. 무엇이 들었느냐고 물으니 삼계탕같은 닭 국물에 국수를 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즘 많이들 먹는 닭한마리를 말하나 싶었는데 상에서 끓이는 건 아니고 뚝배기였다고 했다. 내가 헤매고 있으니까 그는 괜찮다며 다른 걸 먹자고 말했다. 용산 전자상가 주변에 있는 순대국집에 갔는데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식당 할머니들은 해리를 보면서 연신 「예뻐, 예뻐」 했다. 해리는 순대는 몇 개 건드리지 않고, 국에 든 부속고기를 건져 먹으며 밥은 한 공기 반을 비웠다. 나는 왜 굳이 용산에 그를 데리고 왔는지 스스로 설명이 잘 안 되어서 조용히 당황하고 있었다. 멀리 가기도 싫었고 사당에 있기도 싫었다. 전자상가 부근이라는 유예된 공간에서 적당한 대화를 나누며 밥을 먹고 나서, 나는 이제 가야겠다며 뜬금없이 상황을 종료해버렸다. 그리고 나는 해리가 표정을 전혀 감출 줄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며칠 뒤에야 우리가 먹었어야 했던 것은 닭칼국수였음을 깨달았다. 다행히 용산과 달리 부산에는 맛있는 닭칼국수 집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꽃이 이렇게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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